질본·결핵호흡기학회 공청회...진료지침 개정 의견 모아
WHO, 3월 새 진료지침...경구신약 권고등급 상향 조정
신약을 상향 권고하는 진료지침이 다제내성결핵 퇴치를 이끌 수 있을까? 국내 다제내성결핵 진료지침 개정을 위해 관련 정부와 결핵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16일 서울삼성병원 암센터에서 '다제내성결핵 퇴치를 위한 결핵진료지침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다제내성결핵은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두 개의 항결핵제에 내성이 있는 결핵균에 의해 발생한 결핵으로 감수성결핵과 관리와 치료에서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치료 성공률은 수년간 55%선에 머물고 있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신고는 2012년 1212명에서 지난해 618명으로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새로운 대제내성결핵 진료지침을 신속히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3월 WHO는 결핵치료에 신약으로 분류되는 레보플록사신(목시플록사신),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등을 권고등급 그룹A까지 상향 조정하고 사이클로세린, 클로파지민 또한 그룹B로 권고했다.
이는 2009∼2016년 1만 2000여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메타분석해 핵심약제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다. 다만 메타분석 결과가 근거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두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양산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우선 권고된 해당 약제들은 경구약제이며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다. 환자 편의성도 높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근거가 충분하고 보기 어려우며 재정적 부담이 크다. 또한 신약에 대한 내성 발생과 확산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두수 교수는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자관리와 약물안전감시제도, 전문가위원회의 역할, 정책적 재정적 지원 등을 갖춰야 한다"며 "신약은 아직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는 열매가 아닌 새로운 씨앗"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국내 진료지침위원회의 새로운 진료지침 개정(안)에서는 WHO 진료지침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임재준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는 "그룹A와 그룹B는 WHO와 동일하게 권고하고 그룹C를 C1과 C2로 구분했다. 국내 지침에서는 WHO 지침과 달리 델라마니드를 C2군으로 따로 구분해 분류하고 베다퀼린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WHO 메타분석에 포함된 델라마니드 관련 자료는 최종 치료 성적이 보고된 3상 자료만 포함돼 실제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음 ▲국내에서는 다른 국가와 달리 2015년부터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를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음 등으로 그룹C 분류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서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대한결핵협회 등 관련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했다. 최종 진료지침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옥 질본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번 결핵 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올해 5월 발표한 '결핵 예방관리 강화대책'의 추진과제에 따라 다제내성결핵 신약 등의 요양급여 적용 기준 완화 및 신속 진단검사 수가수준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