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후 다른 의원 개설·운영하는데 문제 없어…이중개설 불인정
1심, 보건복지부 재량권 일탈·남용 인정…2심, 행정처분 적법 판단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이 재개발 구역에 속해 3개월 동안 다른 의사 명의로 길 건너편에 또 다른 의원을 개설한 의사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기존 의원이 폐원할 때까지 다른 의사 명의로 의원을 이중개설해 운영한데 대한 행정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의사는 서울에서 B의원을 개설·운영하던 중 2011년 9월 14일부터 12월 4일까지 C의사 명의로 같은 지역에서 D의원을 개설·운영했다가 12월 5일부터 B의원을 폐업하고 자신의 명의로 D의원을 개설·운영했다.
A의사가 D의원을 개설·운영하게 된 것은 기존에 운영하던 B의원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A의사는 재개발사업 시행자와 이주보상금과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B의원에서 이주하기로 약정했고, B의원 폐업 후 의료업 공백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의료기관인 D의원을 C의사 명의로 3개월간 개설·운영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A의사가 B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C의사 명의로 D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D의원에서도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의사에게 3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개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해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을 위반했다는 이유.
A의사는 B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C의사 명의로 D의원을 개설·운영했을 뿐, D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적이 없음으로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의사가 의료기관 이중개설을 하고, 이중개설한 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처분 사유는 정당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비례원칙을 위반해 최고한도에 해당하는 3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치 처분을 내렸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A의사는 재개발사업 시행자로부터 이주보상금 등의 지급 지연으로 B의원 폐원 및 이주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고, 새로운 의료기관 개설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D의원)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종전 의료기관(B의원)을 폐원할 때까지만 다른 의사 명의로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부 진료행위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A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는 이중개설에 의한 의료법 위반행위의 일반적일 때와 견줘 참작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해 이뤄져 위법하다"며 "보건복지부의 A의사에 대한 의사면서 자격정치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은 이중개설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은 "A의사가 재개발사업 시행자와 임대차보증금과 이주보상금을 모두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주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더라도 임대차보증금 등을 지급받기 위해 B의원을 폐원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의사가 B의원을 폐원한 후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에 특별한 장애가 없었다는 것.
그러면서 "A의사의 사정으로 인해 C의사 명의로 D의원을 개설·운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A의사가 그곳에서 의료행위까지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이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보건복지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의사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10일 '심리불속행기각'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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