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정부정책 어떻게 믿나

이래서야 정부정책 어떻게 믿나

  • 김영식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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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에서 의약품 분류가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데 보건복지부는 왜 분란을 자초하는가?

의약분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립성이 보장돼야 할 의약품 분류작업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본 의료계는 관련 책임자의 엄중 문책론과 함께 정부 정책수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유인즉, 의약품 분류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 보고서를 벗어나 일부 전문의약품이 버젓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 첨가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말하자면 의약분업을 시행하기도 전에 의약품 분류 과정에서 약화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상임이사회에서 의약품 분류 과정에서 보건사회연구원이 분류하지 않은 다수의 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전문으로 분류된 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됐으며, 전혀 논의되지도 않은 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발표된데 대해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의약품 분류가 흔들거리고 있다고 지적, 이의 시정을 강력히 제기했다.

◇ 문제의 발단

보사연은 지난해 11월부터 금년 3월까지 복지부가 위탁한 의약품 분류 연구용역에 의사 6명, 약사 6명으로 팀을 구성하고 미분류 147개 성분과 신규 생산·변경 등의 이유로 인해 분류에서 누락된 의약품 및 복합제제 등을 포함한 성분에 대한 분류작업을 실시했다.

이에따라 최근 보건복지부는 147개의 미분류 의약품과 복합제제 및 96년 9월이후 허가품목 등에 관한 보사연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발표, 그 결과를 복지부의 `인터넷 홈 페이지'에 게재하면서부터 의사들의 거친 항의가 들어갔고 이것이 원인이 돼 사건발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의약품 분류는 지난해 5월10일 시민대책위원회와 96년 8월 이전에 허가된 3,010개 단일성분제제를 전문의약품 1,776개 성분(56.3%), 일반의약품 1,234개 성분(39.1%)으로 분류하고 147개 미분류 성분(4.7%)에 대해서만 객관적인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는데 그 이후 품목 조사결과 총 3,010개 단일성분제제 외에도 206개 성분이 누락된 것이 추가 발견되고 이 누락 의약품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 대한의사협회 입장

의협은 의약분업에서의 의약품 분류작업은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의약품 분류업무는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약품 분류는 의사의 진료권을 확보하는데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약품 분류는 최소한 선진국 수준으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약사의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의약품 분류작업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의협은 이번 의약품 분류과정에서 초래된 석연찮은 결과에 대한 입장을 13일의 상임이사회에 앞서 8일 복지부에 항의하고 회신을 촉구했다.

실제로 보사연 연구용역 결과 자료는 연구팀에서 분류도 하지 않은 다수의 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전문으로 분류된 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됐으며, 전혀 논의도 되지않은 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발표된 것은 오류를 넘어서 정부 담당자의 본의 자체가 심히 우려된다면서 담당자의 교체를 건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의약품 분류의 담당자는 그동안 약사 출신이라는 것과는 관계없이 업무가 중립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류를 범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 의협은 차제에 의·약사가 아닌 행정전문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복지부에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불신을 초래한 담당자에 대해선 정확한 진상을 조사한 후 오류가 있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처사로 엄중 문책하라는 숙제까지 던졌다.

◇ 보건복지부의 해명

시민대책위원회의 미분류 147개 성분과 96년 3월 이후 허가된 새로운 성분 및 복합성분 제제에 대하여 보사연에 용역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총 3,010개 단일성분제제 외에도 206개 성분이 누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민대책위원회 분류와 성분·함량이 동일하거나 분류원칙에 제시된 품목 175성분은 시민대책위원회의 분류사례에 따르도록 하고 기타 분류원칙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41개 성분은 분류 용역팀에게 분류를 의뢰했다는것.

복지부 관계자는 175개 성분의 누락품목에 대한 분류자료는 지난 4월10일 연구결과에 대해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인터넷 홈 페이지'에 함께 게재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원회 누락품목이 당초 연구용역 결과 품목과 구분이 되지 않아 오해가 발생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 不信 해소 정부나서야

문제의 이 자료는 수정되지 않은 채 지난 4월20일 열린 의약품 분류의 최종 결정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회의자료에도 그대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의료계로서는 회신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관계자의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의약분업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있는 현 싯점에서 의료계로서는 정부정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가 어렵고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보겠다.

의약분업과 관련, 의협이 투쟁과정에서 복지부와 협의한 22개항의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현재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어느정도의 원만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은 `신뢰'를 바탕으로 깔아야 만이 전망이 보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도 첩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복지부 실무자인 사무관이 잘못을 시인했다고 해서 문제가 일단락될 것은 아니다. 얼마남지 않은 의약분업 시행에 이런 졸속이 불거지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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