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대사수술, 제2형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동반질환 치료 효과
'위소매 절제술'·'위 우회술' 주로 시행…올해부터 건강보험 적용
"비만대사수술의 목표는 살을 빼는 데 국한하지 않습니다. 삶의 질의 문제이며 생존의 문제입니다."
김용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은 19일 메드트로닉이 주관한 '고도비만 질환의 이해 및 비만대사수술의 임상적 유용성' 주제의 학술강연회를 통해 "비만대사수술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비만대사수술 환자군은 비수술적 치료군에 비해 지속적으로 월등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하고 "제2형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비만관련 동반질환도 유의하게 호전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07∼2015년 진행한 비만대사수술 글로벌 임상결과 당뇨치료에 대한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당뇨 치료의 한 분야로 비만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면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수술 이름을 '고도비만수술'에서 '비만대사수술'로 바꾸고 인식 전환에 나서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도 지난 2016년 비만대사수술을 제2형 당뇨병 치료 표준진료지침에 포함했으며, 비만대사수술 가이드라인 역시 체질량지수(BMI) 뿐만 아니라 당뇨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 비만인구는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으며, 당뇨 관리를 제대로 받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4분의 1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당뇨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비만대사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임상 데이터는 비만대사수술에 의한 당뇨 70% 이상 호전·완치·삶의 질 향상·생존율 증가 등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만대사수술은 현재 국내에서 '복강경 위소매 절제술'·'복강경 위 우회술'이 주로 시술되고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위 절제를 통해 용적을 감소시켜 음식물 섭취량을 제한하고 호르몬 변화를 유도하는 수술법이다. 위밴드술 대비 체중 감소량 및 동반질환 호전도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수술 후 내시경검사가 가능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위 우회술'은 식도부근에서 위를 절개해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하는 수술 방식이다. 물리적인 섭취량 및 흡수 제한의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동반 질환 개선 효과가 뚜렷해 제2형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에게 주로 시술된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지난 2018년 '비만대사수술 진료지침'을 통해 "고도비만 환자에서 수술 치료는 체중감량 및 감량된 체중 유지에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고도비만 유병률은 4.7%(66만 4405명), 초고도비만 유병률은 0.4%(6만 1500명)에 이른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루고 있으며 2030년에는 9%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도비만은 당뇨·고혈압 등 동반질환 발병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당뇨 발병은 4∼4.8배, 고혈압은 2.7∼2.9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손실은 11조 4678억원(2016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도비만 질환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BMI 35㎏/㎡ 이상 ▲BMI 30㎏/㎡ 이상이며 고혈압·저환기증·수면무호흡증·관절질환·비알코올성지방간·위식도역류증·제2형당뇨·고지혈증·천식·심근병증·관상동맥질환·다낭성난소증후군·가뇌종양 등 동반 ▲BMI 27.5㎏/㎡ 이상이며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 등에 대해 비만대사수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도 52개국이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학술강연회에는 김용진 센터장으로부터 올해 2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 이 모씨가 직접 나와 수술 후 달라진 삶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 씨는 "당뇨 가족력이 있는 상황에서 9년전 당뇨 진단을 받고 당뇨약·고혈압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었으며, 숨이 금방 차고 잦은 피로감에 당뇨로 인해 5∼10분 간격으로 소변을 보게 되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까지 겹쳐지는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올해 2월 김용진 선생님께 복강경 위 우회술을 받은 후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고 말했다.
수술 전 179㎝/118.5㎏이던 이 씨의 현재 체중은 92㎏.
이 씨는 "먼저 혈압과 당화혈색소가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당뇨약도 먹지 않게 됐다"며 "화장실을 자주 가는 문제도 해결됐고 피로감에서도 벗어나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아내·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함을 되찾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 센터장은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영국·아일랜드 등을 중심으로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ITS NOT YOUR FAULT) 캠페인에 동참한다"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과 당뇨는 개인의 질못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BMI 30㎏/㎡이 넘으면 수명이 3년 줄고 BMI 40㎏/㎡이 넘어가면 수명은 10년 준다"며 "냉정하고 과학적으로 바라보면 비만은 만성질환이며 결국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