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간세포암 1차 라인 급여 개시
효과 입증했지만 2차 라인 옵션 전무
간세포암 1차 라인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후속약물 부재로 당장 시장 점유율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자이는 1일부터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급여 적용으로 렌비마는 수술 또는 국소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세포성암 환자 중 ▲stageⅢ 이상 ▲Child-Pugh class A ▲ECOG 수행능력평가 0-1 등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단독요법으로 급여가 인정된다.
그간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 급여는 바이엘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유일했다. 여러 후보물질이 넥사바와의 비교임상으로 시판허가를 모색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렌비마, REFLECT 임상서 넥사바 대비 PFS·ORR 효과 입증
렌비마는 지난해 넥사바와의 비교임상인 REFLECT 연구를 통해 미국·유럽·일본 등에 이어 한국에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REFLECT는 다국적·다기관·무작위 방식으로 넥사바와 1차 치료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1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OS)였으며 2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TTP), 삶의 질(HRQoL)이었다.
임상에는 전신 요법을 받은 적 없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954명(렌비마 8∼12mg 1일 1회 478명·넥사바 400mg 1일 2회 476명)이 참여했다.
연구결과 렌비마군의 OS 중앙값은 13.6개월, 넥사바군은 12.3개월로 나타났다. 비열등을 확인한 것.
에자이 측은 PFS와 ORR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에서 렌비마군의 PFS는 7.3개월로 넥사바군의 3.6개월 대비 2배 이상 길었다. ORR의 경우 41%로 넥사바군의 12%를 압도했다.
국내 환자가 많은 B형 간염에서 기인한 간세포암 환자의 OS가 13.4개월로 넥사바의 10.2개월 대비 나은 효과를 보인 것도 장점이다.
렌비마 후속 옵션 '전무'…넥사바는 2차 스티바가·3차 카보메틱스까지
렌비마 처방의 문제는 후속약물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렌비마 1차 치료에서 실패한 환자의 다음 옵션은 화학요법뿐이다. 넥사바의 경우 실패 시 2차 스티바가, 3차 카보메틱스까지 옵션이 있다.
바이엘은 2017년 7월 넥사바 치료 경험이 있는 간세포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의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해 5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했다.
RESORCE 연구의 탐색적 하위분석 결과 넥사바 이후 2차 라인에서 스티바가를 연속해 투여한 군의 OS 중앙값은 26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넥사바 이후 위약군의 OS 중앙값 19.2개월과 7개월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카보메틱스는 3차 라인에서 사전신청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해 있다. 2차 라인 허가신청도 이뤄진 상태다.
미국에서는 키트루다·옵디보 등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사이람자도 간세포암 2차 라인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 모든 옵션은 1차 라인에서 넥사바를 사용해야 선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OS의 비열등만 증명한 렌비마를 처방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렌비마의 2차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이엘 측은 "임상은 환자에게 유효하고 안전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며 "기존 치료제인 넥사바에 이어지는 스티바가의 등장으로 5년 상대 생존율이 30%대에 불과한 진행성 간세포암에서 환자의 생존을 2년 이상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렌비마를 1차로 사용하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2차 치료제 옵션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상을 통한 적응증 획득 없이는 2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