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의원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 처리용량 초과...쓰레기 대란"
10일 환노위 국감 출석 강대식 부회장 "기저귀 일반폐기물 분류해야"
의료폐기물은 2018년 현재 22만 6천톤에 달하지만 전국 14개소뿐인 지정 소각장의 처리용량은 18만 9000톤에 불과, 3만 7000톤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량보다 처리량이 적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감염 위험이 낮은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10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의료폐기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대란 위기"라면서 포화 상태를 넘은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를 짚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의료폐기물은 2008년 9만 1000톤에서 2018년 22만 6000톤으로 약 2.5배 늘었다. 하지만 전국 14곳에 불과한 지정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는 배출량을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화와 의료서비스 이용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북권·강원권·제주도에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지정 소각장이 없어 권역을 넘어 먼 거리를 이동해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안된다"는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에 막혀 의료폐기물 지정 소각장 신설은 난관에 봉착했다.
포화상태를 넘어선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길이 막히다 보니 의료폐기물을 불법으로 장기간 적체하는 사태가 불거졌다. 경북지역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는 약 1300톤의 의료폐기물을 장기간 불법 적치하다 적발됐다.
의료폐기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전현희 의원은 지난 1월 지정 소각장이 아닌 일반 소각장에서도 의료폐기물을 비상소각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유한국당 문국진 의원도 지난 7월 의료료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의 경우 멸균 또는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 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는 비 감염병환자의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지정 소각업체를 중심으로 의료폐기물 총량을 줄이려는 국회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의 급격한 인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10월 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의료폐기물 관리 현황과 시사점' 자료를 보면 1톤당 폐기물 처리 비용은 2010년 51만 3천원에서 2019년 현재 100만 원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의료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총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형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자가멸균시스템을 도입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의료폐기물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비감염성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밝힌 전현희 의원은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해당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희 의원은 "불법방치하고 있는 의료폐기물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수거·운반과정에서 2차 감염 등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대안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대식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부산광역시의사회장)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싶지만, 소각시설이 부족하고, 업체간 결탁으로 적시에 처리되지 않아 의료기관의 피해가 크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청했다.
강 부회장은 "감염 위험이 낮은 요양병원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것이 의료폐기물 총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종합병원이 자가멸균분쇄처리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면 의료폐기물 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현희 의원의 대안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