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 "가산금 인상...300병상 이상 인력 채용 의무화" 제안
학회 "지방병원 인력난 심화…업무 혹사·환자안전 문제 심각"
환자의 안전을 위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을 제정했듯이 기피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전문의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1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2019년 추계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흉부외과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전공과 상관없는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승진 회장은 "1년에 18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배출되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취직이 어려워,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며 "요양병원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열심히 키워낸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전공인 심장수술이나 폐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참 안타깝다"고 밝혔다.
하지정맥류를 급여화 하면 흉부외과 지원율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승진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흉부외과가 사라질 것이라 한다. 여기에 비급여인 하지정맥류를 급여화 하면, 현재 지원하고 있는 소수의 인원조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김승진 회장은 2018년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관련' 설명회에서 "하지정맥류 레이저치료 급여화 추진을 반대한다"며 단상에 드러 눕는 등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했다.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흉부외과 가산금 인상과 흉부외과 전문의 고용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김승진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흉부외과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흉부외과 가산금을 인상함과 동시에 300병상 이상의 병원에 흉부외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흉부외과 질환은 광범위하다. 병원에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으면 심장질환자는 수술도 받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다. 흉부외과 의무 고용제도는 환자와 흉부외과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한 김승진 회장은 "정부는 기피과를 졸업한 의사가 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원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수도권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다른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기자회견에 뒤늦게 합류한 오태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은 "소위 빅5라 불리는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신규 펠로우나 교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년퇴임자는 늘어나는데, 신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지방의 경우, 흉부외과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오태윤 이사장은 "지방 병원은 현재 소수의 인력으로 흉부외과 진료나 수술을 감당하고 있다. 스태프들의 업무로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은 환자안전을 위해 제정한 '전공의법'의 취지에 따라 연속근무나 당직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만, 흉부외과 봉직의·펠로우·교수 요원들은 혹사 상태다.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도탈락자를 제외하고, 31명이 1년차로 들어왔다. 3000명이 넘는 의대 졸업생 가운데 1%가 안된다"고 언급한 오태윤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 42곳과 흉부외과가 있는 종합병원은 80여곳이지만 수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그쪽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윤 이사장은 "외과계 전체적으로 인력난과 업무과중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조사해야 한다. 전공의법에 이어 '전문의특별법'을 만들어야 환자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