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인 이상 병원, 키·체중·결혼 유무 등 정보 수집 금지
개정된 채용절차법·개인정보보호법…"본인 동의 절차 거쳐야"
"키가 어떻게 되십니까?", "결혼은 하셨나요?",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이제, 채용 시 이런 질문들은 볼 수 없게 됐다.
7월 16일 개정된 채용절차법에 따라 30인 이상 상시 근무직원이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 채용 시 근무와 상관없는 용모, 키, 체중, 혼인 여부 등의 정보를 요구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은 "취업만 된다면 어떤 기업이든 가고 싶다"고 답했다. 구직난에 지친 취준생들이 "취업만 하고 싶다!"고 외친 것이다.
취업이 간절한 만큼, 채용시장에서 구직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채용 절차 속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지만, 구직자는 아직 근로자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에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채용절차법이다. 채용절차법은 2014년 1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7월 17일부터 개정된 '채용절차법'이다.
먼저, 채용에 대한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 강요 등을 하거나 금전, 물품 등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수수할 경우, 1회 위반 시 1500만 원, 2회 이상 위반 시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에 구직자에게 직무 수해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별도로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치현 노무사(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는 "근무에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수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수집을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구직자 본인의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등이다.
예전 이력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 체중 등도 함께 포함돼 있다.
안치현 노무사는 법 개정에 따라, 각 사업장은 △입사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채용 서류 양식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벌칙조항과 관련 "위 사항이 적발될 시,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채용 서류 양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다른 곳의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한 번쯤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치현 노무사는 "단, 위 개정사항은 상시 3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회사에 적용되는 항목"이라며 "하지만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이라도, 해당 법이 개정된 취지를 고려한다면 근무와 무관한 정보를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30인 이상 등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법'관련 유의사항도 덧붙였다.
안치현 노무사는 "회사 인사·노무 등의 관리를 위해 신체건강정보, 가족관계사항, 주민등록번호 등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며 "이 경우, 반드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수집·이용할 수 있다. 아직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를 받지 않고, 해당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면, 채용 서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