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10명 중 3명, 공무원 폭언 시달려…폭행까지

공보의 10명 중 3명, 공무원 폭언 시달려…폭행까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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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사협의회 '공보의 폭언·폭행 피해 실태조사' 공개
86% 환자·보호자 폭언 경험…보건소·의료원 은폐 시도 '37%'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공중보건의사의 86%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을 경험했으며, 이중 8%는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언 및 폭행을 경험한 공보의 중 44%는 "근무에 심각한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11월 1일 '공중보건의사 폭언·폭행 피해 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보의들은 환자뿐 아니라, 공무원에게도 폭언·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논란이 예상된다. 공보의의 31%는 같이 일하는 타 공무원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명은 폭행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한 공보의의 20%는 "근무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털어놨다.

실태조사는 지난 10월 30~31일 2일간 진행했으며, 85명의 공보의가 응답했다.

실태조사 내용은 ▲환자·보호자로부터의 폭언·폭행 여부 ▲타 공무원으로부터의 폭언·폭행 여부 ▲상급기관의 대처 ▲구체적 사례 등으로 구성됐다.

환자에 의한 폭언·폭행의 경우, 대부분 심각한 욕설이나 고성이 동반됐다. 의학적 소견상 보건지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주변 의료기관 혹은 상급의료기관으로 진료를 권유하거나, 중복처방 문제로 처방을 하지 않는 경우에서 주로 발생했다.

구체적인 폭언 및 폭행 사례로 '환자가 약을 달라는 대로 안주자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기에 진료실에서 나가라고 했지만 갑자기 달려와서 명치를 때렸다', '환자가 음주한 상태로 진료실에 들어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자 욕설 및 칼로 죽이겠다며 협박을 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30분간 제게 쌍욕을 했고, 진료실에 있던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등을 제보했다.

대공협은 "심각한 문제는 피해를 입은 공보의가 제대로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폭언 및 폭행 사건에 대해 보건소나 의료원 등 상급기관의 대처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7%였으며,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폐를 시도했다'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함께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A공보의는 "알코올 중독 환자가 술을 마시고 주말에 찾아왔다. 왜 문을 잠가놓냐고 하면서 문을 부수려고 했다. 문을 열어주니 욕설과 함께 '너 의사 아니지' 등의 폭언을 뱉고 소리를 질렀다"며 "반복되는 언행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주민이라는 이유로 출동하지도 않았고, 군청과 보건소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아무런 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공보의는 복무규정에 주간 근무시간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응급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대기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공협은 "섬에 근무하는 공보의의 경우 근무시간 외의 일상생활에서도 늘 위험에 노출돼 있고, 경찰과 상급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인 대공협 법제이사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로서 실행하는 의학적 판단에 대한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공보의가 군 대체 복무자라는 점, 급수가 없는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점,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점 등으로 인해 소속기관이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민원상의 편의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환자를 위하는 처방마저도 단순 편의를 위한 타협을 강요당하고 있다. 배운 대로 처방할 수 없다는 사실은 공보의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면서 "편의를 위한 잘못된 처방과 공보의들의 근로 의욕 저하는 지역사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황 법제이사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한 개인이 끊기는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의 협조를 통해 공중보건의사가 소속기관으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문제 발생 시, 해당 지역 공중보건의사 근무배치적절성 평가를 통해 배치를 재검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보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공보의가 단순히 원하는 약을 처방해 주는 '처방전 자판기' 같은 존재가 아닌, 지역사회 주민을 위해 성심을 다해 진료하는 전문가로 바라봐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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