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도 않는 다인실 규정 만들어 놓고 건보공단 현지실사"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분만병원 무차별적 실사 중단해야"
모든 병원에 50%이상 다인실을 설치토록 한 '전봇대 규제'로 인해 분만병원이 줄줄이 수억 원대 환수 폭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0월 31일 "분만병원의 다인실 설치를 둘러싼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차별적인 현지조사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며 "분만병원에 대한 실사를 당장 중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A분만병원은 최근 5억 원이 넘는 상급병실 차액 전액을 환수처분 당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행 의료관련 법령에는 병실의 50%를 다인실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만병원의 특성상 대부분 1인실을 이용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다인실 규정을 지킬 수 없는 실정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A분만병원이 폐업하지 않고, 계속 진료 업무를 유지하려면 환수액의 5배인 25억 원을 추징당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산부인과의 분만 수가 등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다인실 50% 설치 규정이 산모들이 다인실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대표적인 전봇대 규제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저출산 시대에 출산은 한 집안의 큰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병실에 많은 가족과 친지 등이 찾아온다"며 "그 와중에 모유 수유와 산후 치료뿐만 아니라 산후 휴식까지 필요한 산모들의 입장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없는 다인실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모들은 1인실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와 학계는 다인실 50% 규정은 산부인과의 현실을 도외시한 규제라며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다인실을 계속 유지하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제도냐"고 반문했다.
모유 수유를 원하는 산모는 반드시 모자 동실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문제라고 짚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모가 육체적으로 힘들어할 때는 잠시라도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번번이 무시됐다"면서 "보건복지부는 모자 동실·다인실 규정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마치 규정을 위반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원보다는 폐원하는 산부인과의 숫자가 훨씬 많다.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전국적으로 50여 개소에 이른다"고 밝힌 산부인과의사회는 "저출산의 여파가 산부인과의 생존을 위협하고,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도 산부인과 의사의 법정 구속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마구잡이식 실사까지 가중된다면, 그나마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분만병원들의 폐원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