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 의협 세종사무소장 "투쟁 국면에도 대화는 필요...네트워크 구축 박차"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의협? 참여 여지 적어...전문가 목소리 담는 통로 필요"
꽤나 어려운 자리다. 정부와 의료계를 잇는 '전령사'이자, 가장 발빠르게 정부의 정책동향을 체크하고 그 대응방안을 찾아야 하는 '전략가'이며, 때에 따라서는 몸을 부딪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행동대장'이 되어야 한다.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세종사무소. 이를 책임지고 있는 의협 세종사무소장의 역할에 대한 얘기다.
의협 세종사무소는 '정부 부처와 유기적이고 원활한 정보교류를 이루고, 정부의 정책에 더욱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취지로,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의약단체 가운데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분원'을 두고 있는 곳은 의협이 유일하다. 그만큼 정부 정책대응이 중요성을 높이 치고 있다는 의미다. 의협 집행부가 의협 세종사무소를 세종에 위치한 '작은 의협'으로 지칭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강찬 세종사무소장(의협 의무이사, 충남대병원 정형외과장)은 "의협과 보건복지부를 잇는 가교가 될 것"이라며 "의료정책에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료정책으로 인해 현장의 회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지난 7월 의협 의무이사 겸 세종사무소장으로 임명된 강 소장은 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적잖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나 대화와 소통의 물꼬를 마련했다.
맺고 끊기를 여러 번. 최근 어렵게 대화가 재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의-정 관계에 부담은 없을까?
"투쟁 국면에서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한 강 소장은 "한두번의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의 정책대응 행보에 관한 일각에 비판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겠으나,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의협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답이다.
강 소장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실제 현장에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하위법령 개정 등의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그렇다보니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실행 방안들이 나오고, 그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모양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인 의료계가 의견을 내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강 소장은 "이를 위해 상근부회장을 필두로 정책과 법제·의무이사 등 관련 의협 집행부가 실무모임을 만들어 긴밀한 대응 및 협조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정부와의 네트워크도 강화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지만 의협 세종사무소장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그럼에도 진료마저 줄여가며 발로 뛰는 이유는 뭘까?
강 소장은 "의권을 되찾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사가 의사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궁극의 목표다.
한편 현재 의협 세종사무소에는 2명의 의협 직원이 상주하면서 ▲입법 추진 상황 파악 ▲정부 개최 주요 회의 파악 및 지원 ▲진료실 폭력 등 피해 신고센터 운영 등 대회원 민원 처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