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 "치명적 연구 오류...검증 불가"
"유효성·안전성 입증 실패...치료 시기 놓칠수도"
임신과 출산 분야 전문학회인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한의계의 난임 치료연구에 대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1월 27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한방 난임 치료 연구 자체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방 난임 치료의 안전성·유효성이 의과 치료와 유사하다는 정부기관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바른의료연구소·(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한방 난임 치료 연구와 결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짚은 데 이어 임신과 출산 분야 전문학회인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한방 난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동국대학교 한의대 김동일 교수(동국대 일산 한방병원장)는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 치료의 난임 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팀은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만 20∼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임신 여부를 관찰한 결과, 100명 중 중도탈락자를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상적 임신율이 14.4%였으며, 7명이 만삭 출산해 생아출산율이 7.78%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 유효성이 유사하다는 김 교수팀의 발표에 대해 "인공수정 1시술 주기당 임신 성공률을 한방 난임 치료 7개월간의 누적 임신 성공률과 비교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짚었다.
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하더라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 왔다"면서 "원인불명 난임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의약 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는 김 교수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환자를 모집하였을 뿐 전향적 case series 연구로, 근거 수준이 매우 낮다.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출생한 7명의 신생아에서 기형아가 없다고 해서 기형아 출산율을 0%라고 기록한 것은 '어불성설'이며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학회는 "일반인구에서 기형아 출산율이 2∼3% 정도로 알려져 있다. 7명의 신생아에서 기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방난임치료가 기형 발생에 있어 안전한 치료라고 주장할 수 없다"면서 "특히 임산부 복용금기로 설정된 목단피를 배란 직전까지 사용한 점, 해외 연구에서 동물의 태아에게 전달돼 기형유발이 가능함이 확인된 토사자, 당귀 등이 사용된 점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한방난임 사업에 사용한 한약재들이 초기 임신에 있어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라며 치명적인 윤리적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중도 탈락한 10명이 탈락한 사유에 대한 기술이 없는 점 ▲월경전증후군의 기준이나 평가방법에 대한 자료가 없는 점 ▲AMH 검사에 대한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는 점 ▲비용적 측면에서 한방 난임치료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결과 역시, 자료수집방법 및 통계분석에 문제가 있는 과학적이지 않은 비교 결과에 불과한 점 ▲한방난임치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체계적으로 디자인된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이런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을 가지고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점 등을 짚었다.
산부인과학회는 "정치적 목적의 비호아래 전통적 치료방법들에 대한 검증 과정 없이, 환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 시행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이는 부작용에 대한 위험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