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의료법 제 27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의료행위'의 개념중 일부는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참조)고 판시한다. 이토록 의료법은 엄격하다. 그런데 의료행위는 협력행위다. 어디까지가 의사의 일이고, 어디까지가 간호조무사의 일일까.
[사실]
피부과 의원 의사가 있고, 간호조무사가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공모하여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세 살짜리 아이가 전염성 연속종으로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간호조무사에게 이를 제거하는 시술을 하도록 지시했고 간호조무사는 아이의 왼쪽 다리부위에 있는 전염속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을 했다. 두 손가락으로 연속종을 벌리고 빨갛게 팽창된 다음 큐렛으로 따내는 방법이었다.
[쟁점]
형사사건으로 쟁점은 첫째, 이 사건 시술이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인지 여부, 둘째,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가 이 사건 시술을 한 행위가 의료법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의료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등이었다.
[1심]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단독판사 판결.(제주지방법원 2018. 5. 28. 선고 2017고정116 판결)
[2심]
검찰이 항소했다. 무면허 의료행위인데다, 법적인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①의료행위임은 분명하다. ②의사는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③이번 시술은 의사의 적절한 지도·감독하에 이루어진 진료 보조행위로서 수행가능한 업무영역에 포함된다. ④이 건 시술은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행위이다.
이런 단계적 논리를 펼친 다음, "결국 이 사건 시술은 의사인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간호조무사에 의하여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고 보이는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시술이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제주지방법원 2019. 5. 2. 선고 2018노334 판결)
[3심]
대법원도 의사와 간호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를 기각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도70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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