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촬영 24시간 대기...빅5 상급종병 급여비 전년 대비 25.4% 증가
의료계 '거듭 경고'에도 정부 "괜찮다" 반복..."환자 안전도 위협" 지적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비급여 급여화) 정책 시행 이후 지속해서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한국의료 진단 및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가 6일 국회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와 정책 보완을 요구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한국의료가 직면한 문제점이 문케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의협이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의료 정상화를 향한 길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료계와 아무런 합의나 의견조율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의료생태계 붕괴 및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을 우려하며 전면적 재검토를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대표되는 의료생태계 붕괴"라고 지적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는 의료계만의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최근 정부의 관련 통계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면서 "문케어의 문제점에 대한 적확한 현실 인식과 함께 전면 재검토를 비롯한 바람직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인숙 의원과 같은 당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등도 의료계의 문케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 문케어 추진 속도 조절과 적절한 보완책 모색을 주문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발제를 통해 문케어 시행 2년을 진단하고,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짚었다.
"보건복지부는 문케어 추진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 부작용이 예측했던 수준으로 크게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고집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이용량 증가에 따른 건보재정 위기 ▲상급병실료 등 급여화 시행, 필수의료 소외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중소병원 붕괴 ▲저수가 속 규제 양산 ▲검증 없는 한방 보장성 강화 등을 손꼽았다.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현재 대학병원 MRI실은 24시간 가동된다. 밀려드는 촬영을 감당할 수 없다. 입원 환자들은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MRI를 찍는다. 환자들이 아예 'MRI를 찍으러 왔다'고 의사에게 요구한다. 안 찍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면서 "문케어 추진 2년 새 전국 의료기관의 MRI가 136대나 늘었다. 인구 대비 세계 최다"라며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MRI 급여화로 촬영 건수, 진료비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9년 9월 현재 빅5 병원의 요양급여비는 1조 9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의료수익도 문케어 추진 전에 비해 6.3% 증가했다. 종합병원급 진료비 점유율 역시 2.3%p 증가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의료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적정한 수준이라거나 괜찮다고 한다. 이러다 큰일 난다는 의료현장의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며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제는 환자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가속화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 보완책을 수립해야 한다. 환자쏠림의 심각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환자쏠림 '말'로는 부인, '행동'으로는 인정"
토론자로 나선 조정호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은 "정부가 문케어로 인한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9월 4일 건보 보장성 단기대책을 발표하는 등 행동으로는 인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가속화 하는 이유로 ▲의료기관 종별 간 같은 의료행위에 대한 다른 보상 ▲필수의료 아닌 의료행위를 포함한 포괄적 급여화 등을 꼽은 조정호 대개협 보험부회장은 "정부와 여당 등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정호 대개협 보험부회장은 "의료전달체계는 환자, 의료계는 물론 정부에게도 다 좋은 것이며, 다만 한정된 재원하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면 각각이 양보할 부분이 있다"면서 "환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상급종합병원은 경증질환자 외래·입원을 지양해야 하며, 의원급은 의료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성순 병협 의무이사는 ▲상급종합병원 경증진료 가산율 삭감 철회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 제고 ▲의료회송 활성화에 종합병원 간, 종합병원-의원 간 회송 활성화 대책 마련 ▲지역우수병원 지정 선정 기준에 중소병원 배려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환자안전과의 상관성에 주목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형병원이 안전, 시설·인력 등에서 우수할 것이라는 국민 인식이 있다. 건보체계상 '박리다매' 형태가 경영에 유리한 것이 원인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병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대형병원 선호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환자 안전과 의료 질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한 만큼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 의료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급여 급여화, 대형병원에 지원금 주는 효과 낳아"
김원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건국대 교수·경영경제학부)은 "비급여 급여화는 귀착의 차원에서 대형병원에 지원금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중소병원은 특성화 진료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영세 의원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이는 지역의료, 건강 커뮤니티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식 운영위원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의 해결책으로 ▲필수의료 급여화로 전환 ▲대형병원 분할 또는 대형화 방지 고려 ▲수가 원가 보상 강화 ▲민영보험사의 실손보험에 대한 진료비 사정 허용 ▲의료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 인식 홍보 ▲비급여에서 자유로운 의료산업 육성(영리법인병원의 허용을 통한 비급여 해결) 등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케어 때문만은 아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은 단순히 문케어 때문만이 아니라, 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정경실 과장은 "다만 크게 성과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현장에서의 논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9월 단기대책 내용은 징벌적 대책으로 보이지만 내면은 진료 의뢰-회송을 강화를 통해 전반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대책들"이라고 밝힌 정경실 과장은 "중장기 대책 초점은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이라며 "의료기관 구분 병상 수 등 규모를 중심으로 해와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기능별로 구분하는 방안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MRI 검사량 증가는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별개로 봐야 한다. 과잉이 있을 수 있지만, 미충족 의료가 표출됐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