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범사업 확대계획에 가입자단체 "의원 수가퍼주기" 반발
보건복지부 "외과계 등 시범사업 결과 바탕으로 재논의 추진"
정부가 의원급 만성질환 교육상담료 지급 대상 확대 계획을 일단 보류키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가입자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외과계 수술전후 교육상담 시범사업의 성패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 교육상담 시범사업을 의원급 주요 질환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그 내용을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내과계 만성질환 시범사업과 외과계 수술전후 교육상담 시범사업을 확대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주요 질환으로 환자에 교육상담이나 집중진찰을 실시할 경우 별도의 수가를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
구체적으로는 내과계 고혈압·당뇨병과 외과계 하지정맥류 등 15개 질환 외에 의원급에서 교육상담이 필요한 질환, 이를테면 치매·천식·알레르기성 비염·이상지질혈증·녹내장·폐경기질환까지 교육상담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안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상당수 가입자 단체들이 사업의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
실제 일부 가입자단체들은 해당 사업을 의원급 의료기관 특혜사업으로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관련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에 대한 평가도 없이 사업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퍼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들의 효과검증에 집중, 그 성과를 바탕으로 가입자 재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잡혀있던 사업 확대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신명희 사무관은 "건정심 논의 당시 다수 가입자단체에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업 확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놨다"며 "이에 일단 진행 중인 사업의 운용과 평가에 집중한 뒤, 그 결과를 갖고 추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최근 사업 기관 추가모집에 들어간 외과계 수술전후 교육상담 시범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궤도에 올라선 내과계 사업과 달리, 사업 운항에 고전을 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첫발을 내딛은 외과계 시범사업은 기대와 달리 연착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각보다 복잡한 행정절차와 낮은 수가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1만 곳이 넘는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기관은 1400여곳. 그나마 실제 사업을 돌리고 비용을 청구하는 기관은 이 중 300곳도 안됐다.
이에 정부는 사업 내용을 일부 수정한 뒤, 최근 사업 참여기관 2차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3차 추가기관 모집 공고를 내어 연말까지 사업기관 모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업참여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수가' 수준이여전히 조정되지 않은 상태라, 의원들의 참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신 사무관은 수가수준 조정 가능성에 대해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사업 평가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가인상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지금 당장 사업이 부진하다고 해서 수가를 올리면 다른 시범사업에도 좋지 않을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 사무관은 "환자의 편익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고, 의원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환자를 돌본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미있는 사업으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