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가 '건강보험 종합계획' 냉철한 평가..."문케어 중단, 재검토"
'2018년 보장률 63.8%' 목표 달성 불가...보건복지부 "예정대로 추진"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 대책없이 비급여의 급여화를 지속하면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은 없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문케어 시행 1년여 만인 2018년 건보 보장률을 63.8%를 달성했다며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건보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각계 전문가들은 건보재정 안정성 문제를 건보 보장률 7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보험,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건보재정 안정성을 유지하며 보장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건보재정 상태를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보장성 강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일단 문케어 추진을 중단하고, 건보재정 추계를 정밀하게 다시 한 다음, 보장성 강화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로 대변되는 문케어를 지금같이 추진해서는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보장성 강화 정책에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건보 문제 전반을 진단하고 향후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보험이사는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공급자와 가입자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지 보험이사는 "이런 무리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공급자, 가입자와의 정상적인 합의없이 추진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문케어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중간평가를 통해 정책 내용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자 대표단체인 의협의 기본입장도 밝혔다.
"건보재정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보장성 강화는 필수의료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지 보험이사는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한 정부의 국고지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건보 미지급금 문제 역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보험이사는 "비급여를 죄악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각 역시 수정돼야 한다"며 "비급여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선택권 보장, 의료의 다양성 확보, 신의료기술 발전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문케어 대책회의에서 보장성 강화로 의료이용량이 예측 이상으로 늘자, 본인부담금을 80%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짚었다.
지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비급여를 급여화하더니, 예상치 못한 건보재정 지출이 늘어나자 다시 환자 부담을 늘리자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건보재정 부담을 담보할 수 없는 보장성 강화라는 성과만 제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 결과가 매우 초라하다. 2018년 건보 보장률 67.4%를 달성해야 2022년 보장률 70%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서 "보험료는 지속해서 올리고도 보장률은 답보상태다. 결국 보험료를 너무 쉽게 올렸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장률 수치에만 집착하면 의료공급체계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 연구위원은 "현 의료체계의 장점을 살리려면 통제 가능한 체제를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며 "보장률 확대는 상당히 보수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문케어 추진에 따른 건보재정 건전성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박정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 사무관은 "문케어는 건보 보장률이 60% 초반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문케어 추진 전 한국 가계의 의료비 부담률은 33% 수준인 반면에 선진국은 10%대"라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보 보장률을 확대하면서 신규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비급여 급여화는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5년간 보장률 70%가 목표"라면서 "비급여의 급여화가 핵심이다. 이에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라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와 취약계층 보장성을 높이고, 건보재정 소요 규모가 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토론을 거쳐 시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박 사무관은 "전체 보장률은 63.8%로 나타났지만, 아동·노인계층 보장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문케어에 대한 중간평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오면,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