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이후는 '간병-요양-커뮤니티케어'

'문재인케어' 이후는 '간병-요양-커뮤니티케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1.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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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의대 교수 "사회적 수요 높은 분야 우선적 재정 투입"
정책 제안 세부 실행안까지 전달·각계 의견개진 병행해야 효과

문재인케어를 통한 보장성 강화가 일정정도 충족되면 후속 정책 방향은 간병·요양·커뮤티티케어에 집중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 보건의료산업계의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에는 정교하게 마련된 세부 실행안이 필요하며, 시민단체부터 상급 기관까지 촘촘하게 의견 개진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10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한국의료정책의 미래와 보건의료산업의 과제'에 대한 발제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향후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 우선 투입해야 하며, 산업계 현안에 대한 정책 제안 과정에서 세부 실행안이 준비되지 않으면 실무부처에 위임하게 되고 결국 실제 의도와 다른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질 향상을 위해서는 환자 상태에 따른 전달체계 마련, 1차진료기관 역할 강화, 전문병원 확충, 전달체계를 감안한 지불제도와 환자안전 고려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진료는 임상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환자 동의절차와 자기 부담에 대한 선택이 이뤄질 경우에는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후에는 1차기관-요양기관-재택진료 개편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개편은 국민 선택에 따른 합리적 유인책을 구상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관심사항인 신의료기술평가 개편과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해도 평가를 하고 이를 근간으로 허가 단계에서 신의료기술 대상을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혁신제품에 대한 수가 역시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제공하는 지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근거가 없다면 치료개선 이외에 가치에 대한 입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윤 교수와 참석자간 질의응답.

- 문재인케어에 보건의료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있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산업발전을 위한 정책과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과 궤를 같이 할 수 있을까.

김윤: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이 많다. 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병원의 정보통신에 관한 주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기술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원격의료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 목적과 결과에 대한 예측이 정교해야 한다. 원격이란 단어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은 첫 접근 방법에 대한 실패에서 기인한다. 산업적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이런 원인으로 현재 원격이라는 말만 나와도 시민사회는 반대를 하고 있다. 덴마크는 공공성 중심의 의료체계이지만 의료산업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전달체계와 연결돼 1차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화 기반 지역화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보건의료의 이해관계자나 산업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고 공론화를 거처 모두가 합의하는 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계에서도 이런 면에 대한 정책적 고려와 반대에 대한 이유를 고려해 대안을 제시한다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산업정책과 사회정책에 대한 조화가 성공의 관건이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10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한국의료정책의 미래와 보건의료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10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한국의료정책의 미래와 보건의료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공공병원의 확충이나 지원 정책을 통한 공공의료의 접근성 제고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고려될 수 있나. 성공적 운영사례나 공공병원 지원 정책에 대한 생각은.

김윤:강의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강릉과 속초 지역의 사망률 차이는 300병상 이상 병원이 역할에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 낙후지역이 존재하며 이는 자료로서 입증된다. 어떤 방법으로 확충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 공공병원을 두는 것은 어렵다. 이런 경우 거점별 진료기관의 신설보다는 기존에 있는 개별 진료기관을 묶어서 지역거점병원이나 전문병원의 활성화 그리고 권역 거점병원의 육성과 네트워크 구축 등이 현실적이고 효과도 높다.

- 4차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진단과 시술의 평준화,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 보완 등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이런 기술의 가치가 인정된다면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책이 있을 수 있을까.

김윤:기술의 발달로 인한 보건환경의 변화에 대해 당연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진료가 용이해진 것인가? 환자가 편리한가? 혹은 어떤 치료의 성과를 높인 것이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혁신기술의 정책적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조건으로 치료효과를 설정한다면 누구나 그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이런 면을 고려해서 제안을 한다면 사회 각 분야의 이해 당사가가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제안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가치기반 시스템은 최종 성과에 돈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로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이 왓슨 수가를 달라고 했다.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최종 성과를 좋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병원이 좋은지 안 좋은지 근거도 빈약한 상태에서 수가를 요구하면 수용하기 힘들다. 최종 성과를 갖고 돈을 주는 쪽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근사한 기술을 만들어서 돈을 받으려고 하면 점점 더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 최종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데 의료기기 회사들이 시장 진입 전에 최종성과를 갖고 있기는 힘들다. 레벨이 높은 근거로 clinical outcome paper로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윤:제한적 의료기술이나 선별 급여 같은 트랙을 이용해서 근거를 만들고 연구비 지원, 새로운 기술 노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장비의 어려움은 의약품과 달리 최종 성과가 좋아지는 것과 인과 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특성 등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결과가 아닌 편의성이라든지 다른 종류의 결과를 찾아야 한다. 대만처럼 가격을 자율적으로 가져가고 본인부담금을 올리거나 모두 부담하는 방식도 참조할 수 있다.

- 환자가 결정하고 지불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비급여도 통제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김윤:첫째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환자가 선택해도 식약처 허가를 못 받으면 사용을 못한다. 둘째로 임의 비급여로 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허용을 안 해주는데 두 가지 모두 단점 보완책과 함께 허용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 경우 본인 부담 전제 하에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하고 허가사항과 급여 기준은 합리적,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는 기전이 있어야 한다. 독일처럼 임상의사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독일은 입원 환자가 보험 급여에서 벗어나도 인정해 주는데 임상의사가 가장 정확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하는 분석 심사는 유연한 급여 기준의 적용이라고 하는 원칙에 근거해서 심사시스템을 바꾸는 쪽으로 가고 있다. 단순히 심사뿐만 아니라 급여 기준과 적용 방식에 있어서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야만 한다.

- 혁신 기술도 수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가 보전은 기존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원가 보전이다. 새롭게 추가되는 영상이나 진단쪽 신기술이 폄하되면 안 된다. 기술의 특·장점뿐만 아니라 다른 매력과 연결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김윤:정부가 신의료기술 진입을 억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관계 부처의 관성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컨텐츠를 갖고 그런 조직과도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책적인 입장에서 보면  컨텐츠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냐에 따라서 실행 단계에서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의료기기 관련 자료를 보면 매력적인 단어는 많은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정책의 구체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 신의료기술 평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다. 최근 체외진단기기의 선진입 후평가에 대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선진입 후평가 실시에 대한 의견은.

김윤:신의료기술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예를 보면 위해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 1등급인 청진기는 당연히 임상을 통한 입증이 필요없다. 2등급의 동등성 제도 등도 역시 이전 제품과 같으니 위험도가 입증돼 있다. 임상 입증이 당연히 면제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간 이런 사례가 30개인 반면 한국의 경우 400개에 달하는 평가요청을 받는다. 식약처가 위해도에 대한 평가를 통해 판단을 해준다면, 그리고 그 결과를 보건의료연구원이 인정한다면 현재 업계가 갖는 불만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식약처 입장에서 판단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의료전달체계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차 진료 기관의 신뢰도 제고 방안과 쏠림현상 해소 방안은 어떤게 있을까. 1차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 증가에 대한 대안은?

김윤:정부에서 3차 기관에 대한 개편 이후 1차 기관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1차기관 독자적인 문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전체적 구상 속에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 만성질환 환자는 3차 기관보다 1차 기관에 가는 것이 더 편리하고 치료 효과도 좋게 만들어야 하지만 캐나다 등과 비교 할 때 우리나라는 3차와 1차의 치료성과에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을 위한 시범사업과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3차 기관 입장에서 환자의 내원을 유지하고 싶은 동기가 있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치료성과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등에 의료진의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1차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급여 문제는 실손보험에 기인한다. 실손보험에 대한 개편을 통해 비급여에 대한 억제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모두가 동의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 보장성강화 목표가 달성된다면 '문재인케어' 다음은 무엇일까.

김윤:가치기반 의료(공급체계·지불제도·인센티브)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는 부분은 간병·요양, 방문과 같이 현재 소외되고 있지만 향후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 차기 정권에서도 보장률을 다시 재기하기란 쉽지 않다. 보장률 70%를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머지 몇 % 올리기 위한 노력이 크기 때문에 정책 우선 순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선 순위는 간병·요양·커뮤니티케어가 이뤄지고, 의료전달체계 선진화, 지불제도 인센티브 메커니즘, 시스템 효율화 등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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