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제수은협약, 제조·수출에 대한 금지만 존재"
'수은 혈압계·온도계' 등 금지 '사실'…2014년 '식약처 고시' 따른 것
"속은 건가?"
'미나마타 협약' 국내 발효 시기를 코앞에 두고, 해당 협약에 보건시설 수은 혈압계 등의 사용 금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끌고 있다.
미나마타협약은 수은 첨가 제품에서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2013년 채택한 국제조약이다. 다음 달(2월 20일)부터 국내 발효된다. 이에 따라, 수은이 함유된 제품의 제조·판매·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근거 없는 사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 유명 D 커뮤니티에는 '수은혈압계 안 바꿔도 된다고 한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A의사는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 안내서'에 따르면, 미나마타 협약은 수은 채굴·제조·수입·수출의 금지를 담은 협약이다. '이미 만들어진 수은제품'의 판매·사용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갖고 계신 수은혈압계를 폐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나마타협약에 이미 만들어진 수은제품 판매·사용 금지내용이 없으므로, 2월부터 수은 혈압계를 포함한 수은 첨가 제품 사용이 금지된다는 것은 '헛소문'이라는 얘기다.
댓글에는 "그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건가?", "의사 전체가 속았다는 건가?", "보건소에서 안내문이 온 사항인데, 헛소문일 가능성이 있나?", "의사협회에 문의해 봐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당장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팩트체크가 필요한 상황. [의협신문]은 관련 부처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다.
미나마타협약 "보건시설 내 수은 체온계 재고 등 구매·사용 가능"…But, 국내법 '금지'
실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6년 발간한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협약 안내서' 에는 A의사가 지적했던 문구가 등장했다.
'2020년 단계적 철폐일 이후, 해당 국가 내에 존재하는 부속서 가의 수은첨가제품 사용은 제4조에 따라 금지되지 않는다. 즉 보건시설 내 수은 체온계 재고 혹은 판매점의 수은전지는 2020년 이후에도 구매 및 사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약에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용 제조와 수출에 대한 부분이다. 국제수은협약에서 수은 체온계나 혈압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에 따라, 국내법에 의해 수은 체온계·혈압계 등이 금지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협약에 의한 금지조항은 제조·수출 부분이며 사용에 대한 금지는 국내법에서 규정됐다는 설명이다.
다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세한 사항을 문의했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수은 혈압계·온도계 사용 금지는 식약처가 2014년 고시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식약처 고시에 따라 국내 수은 함유제품이 금지됐고, 고시에서 기준 일자로 '국제수은협약 국 내 발효일'을 뒀다"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2014년 8월 11일 고시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부칙 제3조는 '제4조2의제1호에 의한 원자재는 국제수은협약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그 효력을 발생하는 날부터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제4조2의제1호에 의한 원자재에는 '수은'이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미나마타협약 국내 발효'에 따라 수은 체온계·협압계 사용이 금지된다는 말은 협약 자체의 금지조항이 국내에 발효된다는 것이 아니라, 국내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일이 해당 협약 국내 발효일이라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미나마타협약 자체에는 제조나 수출에 대한 금지조항만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용이 금지된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병·의원에서는 보건소나 환경부의 안내에 따라, 2월 20일부터 수은 혈압계·온도계 등의 제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
수은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나?…환경부 '폐기물관리법' 참고
환경부는 최근 지정폐기물 중 수은폐기물을 별도 분류하고, 폐기물에 함유된 수은을 회수해 처리하는 등의 기준을 신설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지정폐기물의 종류에 수은폐기물을 신설, △수은함유폐기물 △수은구성폐기물 △수은함유폐기물 처리잔재물로 세부 분류했다. 이때 온도계, 혈압계, 램프 등 수은을 주입한 제품 폐기물은 수은함유폐기물에 속한다.
수은폐기물의 안전한 보관, 운반, 처리기준 또한 제시했다.
보관, 운반의 경우, 수은이 유출되지 않도록 밀폐·완충 포장하고, 다른 폐기물과 별도로 보관, 운반해야 한다. 수은함유폐기물(온도계, 혈압계, 램프)은 폐기물에 포함된 수은을 회수한 뒤 처리해야 한다.
회수된 수은 등 수은구성폐기물은 밀폐 용기에 넣고, 유해화학물질 보관시설 기준을 준수하는 장소에 영구보관하는 방법으로 처분해야 한다. 수은함유폐기물 처리잔재물은 수은함유 농도에 따라 밀폐 포장 상태 또는 안정화·고형화 처분 후 매립해야 한다.
환경부는 수은폐기물의 처리시설 확보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시행일은 공포 후 1년 후로 명시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미나마타 협약에서 권고하는 수은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기준을 법제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폐기되는 수은 함유 제품으로 인해,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처리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