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준 대한의사협회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이 1월 21일 쓴 '사전에 없는 술기, 기전...계속 써야 할까?(아래 관련 기사 참조)'를 읽고 반론이 있어 적어본다.
우선 글에서 지적한대로 '술기(術技)'와 '기전(機轉)'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간행된 사전들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정보를 압축해 제한적으로 수록했고, 국립국어원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신어·방언·전문 용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 위해 '우리말샘'을 기획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말도 대폭 실었다"라고 설명했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제한된 낱말만 수록하고 있으며 특히 전문분야 용어는 빠진 게 많다는 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말샘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간행하고 아울러 '우리말샘(https://opendict.korean.go.kr/m/help)'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紀傳·氣轉·記傳·起電·棋戰/碁戰·畿甸·騎戰 등 7개의 '기전'이 등재됐다. '機轉'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말샘을 검색하면 '機轉'에 대하여 복합용어 21건이 나온다
현재 의협 의학용어위원회(http://term.kma.org)는 'mechanism'을 '기전'으로 정했다.
'술기'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술-기(술氣)' 하나만 나온다. 우리말샘에도 술-기(술氣)와 방언 2개('수레'와 '탕건의 맨 아래 부분')만 나온다.
의협의 우리말 의학용어에서 술기(術技)로는 2개가 검색된다.
'antireflux procedure(항역류술기)'와 'clinical skill'이다.
기전이나 술기를 두고 '십중팔구, 일본 번역어를 그대로 따라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신 위원은 글에서 단정했다. 그러나 일본의 의학용어에서 'mechanism'은 '機序'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기전'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의학용어에는 '術技'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procedure'는 '手順', '(일의)進行'이라고 되어 있다. 네이버 일본어사전에도 '術技'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술기'는 의협 의학용어위원회에서 제정한 용어이다.
의협은 1976년부터 의학용어 표준화 작업 및 정비작업, 우리말 의학용어의 개발 및 보급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본식 표현은 쓰지 않고 새로운 용어를 개발하려고 무척 노력해 왔다. 의학계는 아마 다른 어떤 분야보다 먼저 그리고 꾸준히 용어표준화 및 개발 사업을 했다(그렇다고 필자가 의협 의학용어위원회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
언어/용어는 사람의 이름과 같이 어떤 상태/사람을 어떻게 부르자고 한 일종의 약속이다. 더구나 학문발전에 따라 계속 새로운 용어가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우리도 그에 맞춰 새로운 용어를 개발, 제정해야 한다. 실제로 의협은 그렇게 하고 있다.
전문분야 용어는 아무리 쉽게 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 국어사전에 모든 분야의 전문용어를 다 수록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십중팔구, 일본 번역어를 그대로 따라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는 정확하게 확인하지도 않고 단정지어 말씀한 것으로 그간 노력해 온 용어위원 여러분에게 너무나도 실례되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의협의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