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툴 때가 아니다. 뭉칠 때이다"

"다툴 때가 아니다. 뭉칠 때이다"

  • 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1)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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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두 코로나19로 시끄럽다. 어떤 투자은행은 한국 내 감염자가 1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측 보도 하고, 또 어떤 외국 유수 대학의 교수는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리라 예측한다.

하루에 4명씩 결핵균으로 사망하는 대한민국의 씁쓸한 통계만을 생각하며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던 이 바이러스감염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 것만 같았지만 어느새 벌써 천 명이 넘는 감염자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으며 이는 의료는 물론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차적인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 현재 대한민국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근래의 어떤 질환보다도 심각한 수준의 감염력을 지닌 이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중국을 제외하고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해결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조금 더 거슬러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결론만 말하면 '아직도 모르겠다.'이다.

한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 종교단체의 집회로 인한 감염자가 급증하였고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이 종교집단에게 있는것처럼 호도하는 대응 방식에 머릿속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밀접한 공간에 있었고 해당 종교단체 교도들이 자신의 종교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격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문화와 종교단체의 집회로 인한 것을 모든 책임으로 돌린다면 곳곳에서 모임이 이루어지는 모든 음식점 결혼식장 학교 등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 모두의 문을 닫는 것이 이 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자, 반대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애초에 중국인의 국내유입을 막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대한민국의 감염확산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를 무시했던 정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중국 유입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대한민국 내 감염환자가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모이기 좋아하는 문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확진 환자의 감염경로와 통계를 보자면 지난 2월 23일까지의 감염자를 확인해보면 600명 중 570명의 감염경로에 종교단체와 관련된 것으로 나오고 그중 절반은 해당 종교단체 소속 신도였다.

대구에서 발생한 감염사태 직전에 중국국적감염자는 총 6명이었고 이들에 의해 감염된 환자 수는 역학 조사상으론 10명이 넘지 않는다. 이런 결과만 보고 있자면 중국인을 막는 파격적인 수를 꺼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낳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나 혼자….).

응급실에서 초기에 제대로 환자를 평가하지 못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엉뚱한 과와 협진을 진행하면 환자가 산으로 간다. 타과와의 다툼은 물론 보호자는 불안해하고 환자는 여전히 아파하기만 한다. 위와 같은 사례가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아픔은 아닐까 걱정된다.

아직 이 바이러스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뚜렷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속단하며 서로를 힐난하는 것은 정작 우리의 손길이 필요로 한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쪽은 이 감염확산의 근본적인 책임이 종교단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중국인 유입을 막지 못한 정권의 무능함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서로가 날 선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주워 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지금 누구 탓이냐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계속 감염환자는 늘어나가고 사망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만성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 각 병원의 선별진료소와 응급실에서는 우주복 같은 보호복을 입고 수 천 수 만 명의 코를 찌르고 있고 십 수 명씩 감염 의증 환자들 검사를 위해 음압 격리 방을 여러 차례씩 오가면서 검사하고 있다. 그리고 확진된 환자들이 입원한 곳에서 내과 의료진은 10분만 입고 있어도 땀 뻘뻘 흘리는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24시간 환자들을 치료하기에 여념 없다.

누군가의 잘못만 짚으며 정신 승리할 때가 아니다. 정치를 빼고 이 사회를 논할 순 없다지만, 지금은 얍삽한 정치 논리로 서로 옥신각신 다툴 때가 아니라 해당 의료진을 격려하고 환자들의 치유를 진심으로 기도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공과(功過)는 이 지독한 바이러스와 싸움을 끝내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지독한 싸움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저 우리는 묵묵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할 뿐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위기를 통해 의료계가 유달리 똘똘 뭉치고, 또 국민들에게 손 내밀며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길 기도한다.

마크트웨인의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용기란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고 두려움의 정복이다. 두려움은 없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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