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여당 총선공약 '꼼수' 비판..."국가 재난 상황 악용"
"현 의료체계선 불가능...민간의료기관 공공의료 역할 확대·보상이 답"
여당이 4·15 총선공약으로 중소규모 의대정원 확대 및 의료취약지 의대 신설을 약속한 것에 대해 의료계의 비판이 거세다.
의사과학자 양성과 공공의료인력 확충이라는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 재난 상황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기존 의료체계 하에서 추가로 배출된 의사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거나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1일 총선 대비 보건의료공약으로 의대정원 확대와 의대 신설 검토를 약속했다. 기존 의대의 정원 규모 등을 고려해 정원이 적은 의대에 '지역의사 특별전형제도'를 도입해 정원을 확대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것.
의대 정원으로 늘어난 인력은 '(가칭)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해당 지역 병원급 기관 의무복무를 유도하겠다면서, 필수·전문 과목 의무복무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법 제·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 A 지역의사회 임원은 "OECD 평균 의사 수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적다, 많다, 이런 논쟁을 차치하고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의사과학자나 공공의료인력이 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당도 잘 알 것"이라며 "현 의료체계하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의사 수가 포화된 수도권의 의사 간 경쟁만 가중돼 또 다른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또다시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쟁점화하는데,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인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는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의료 역할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는 쪽으로 해결하는 것이 실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B 지역의사회 임원은 "의대정원 확대나 의대 신설에 대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당사자들과 협의도 안 된 정책을 밀어붙이는 꼼수를 부리는 것을 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어이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여당이 목표로 하는 정책 목표 역시 달성하기 힘들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 전 대한의사협회 임원은 "의대 정원을 확대해 늘어난 정원을 병원 봉직의로 의무복무를 시킨다는 계획인데, 전국에 산재한 국공립병원에 일정 기간 강제로 복무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면서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로 헌법소원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병원계에서 의사인력 부족을 주장하며 해결책으로 의사 확충을 이야기한다. 의사 수가 늘면 병원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로 인턴·전공의·전임의 등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모두 병원에서 교수직 등으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개원을 하게 될 것이고, 개원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비급여 확대 등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의료취약지 의사인력 확충은 단순히 의사 수 증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경제적 구조가 있다. 여당은 이런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책을 병행하면서 의사 증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