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세계수면의 날' "수면,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급여 후 급증 '수면다원검사'·떠오르는 '수면 위생'이란?
바쁜 현대 생활 속, 가장 쉽게 희생시키게 되는 것이 수면이다. '3당4락(3시간 자면 원하는 대학에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란 말이 유행처럼 떠돌기도 했다. 이렇듯 능률을 올리기 위해, 먼저 포기하게 되는 수면시간. 하지만 수면은 생각보다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과하기 쉬운 수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지정된 날이 있다. 바로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이다.
세계수면학회는 2007년부터 매년 춘분 전 금요일(보통 3월 둘째 주)를 수면의 날로 정해, 이를 기념해 왔다.
올해는 3월 13일(금)이며 표어는 'Better Sleep, Better Life, Better Planet'이다.
최지호 순천향의대 교수(부천순천향대병원 이비인후과·대한수면학회 법제이사·한국수면산업협회 이사·대한수면호흡학회 학술이사)는 미국수면의학회(AASM)·세계수면학회(WASM)·유럽수면학회(ESRS) 수면전문가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우리나라에는 수면전문가시험제도가 없어, 세계적인 시험에 도전했다고 했다.
최지호 교수는 코로나19 창궐로, 면역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재, 수면 역시 면역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최근 중시되고 있는 '수면 위생'개념과 함께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수면장애로 수면무호흡증을 꼽았다. 2018년 7월 수면무호흡증 관련 수면다윈검사·양압기치료 급여화 후, 수면무호흡증 검사·치료를 받는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2020년 세계수면의 날을 3일 앞둔, 10일 최지호 교수를 찾았다.
수면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2005년도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땄다. 과 특성상 일하면서, 수면과 관련된 질환을 많이 접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대표적이었다. 환자들이 많이 오니, 자연스럽게 공부도 많이 하게 됐다. 수면질환은 이비인후과 질환에도 속할 수 있지만, 타과와 연계된 부분이 많다. 공부할수록, 관심이 더욱 커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고 싶은 분야였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수면의 중요성을 간략히 말한다면?
적절한 수면은 인간의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나온 수면관련 연구들을 분석해보면, 짧은 수면과 적정 수면, 긴 수면과 질병 분포도가 U자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너무 짧거나 긴 수면을 피하고, 적정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면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면역체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수면이다. 면역력과 수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도 상당히 많다. 현재 시기에,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권장되는 적정 수면시간은?
미국수면재단 권장 수면시간은 보통 성인 기준, 권장 시간은 7∼9시간이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시간이 다르다. 개인별로 몸의 사이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밤 12시 이전 수면을 취하는 것을 권한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수면장애는?
연령을 떠나, 가장 많이 나타나는 수면장애로 수면부족이 있다. 다음으로 많은 것이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이다. 두 질환 모두 소아보다는 성인, 성인보다는 노년층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외 기면증, 주기성사지운동증, 렘수면행동장애, 이갈이, 잠꼬대, 수면마비, 수면보행, 야경증 등 다양한 수면장애들이 있다.
학계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수면장애가 있다면?
최근 전체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기본적으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란 이유도 있지만 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관련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치료를 위한 양압기가 급여화됐기 때문이다.
급여화 후, 환자 수도 증가했다. 경제적 부담이 감소해 수면무호흡증 의심 환자들이 검사와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수면무호흡증의 진단기준은?
무호흡과 저호흡의 횟수로 판단한다. 1시간당 5회 이상 무호흡 또는 저호흡이 있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만약, 시간당 15회 이상이라면 곧바로 진단된다.
수면검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수면검사는 크게 2가지고 나눌 수 있다. 병원 검사실에서 하는 수면다원검사와 집에서 하는 이동식 수면검사가 있다. 이 중, 급여화가 적용되는 파트가 병원 검사실에서의 수면다원검사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시행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급여화에서 제외된 이동식 수면검사의 시행 빈도는 많이 감소했다.
가장 눈에 띄는 수면 관련 슬렙테크(4차 산업혁명 기반 최신 기술)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다. 현재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인공지능(딥러닝)을 이용해, 자동으로 판독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숙련된 사람이 한 환자의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3∼4시간 동안 판독해야 한다. 이 분야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판독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면 판독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좀 더 정확도를 높이는 것, 산업화를 시키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면?
수면 위생이란 개념이 있다. 처음엔 불면증 치료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쉽게 풀이하면 수면에 좋은 생활 습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구체적 예로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생체리듬을 규칙적으로 하고 △오후에는 낮잠을 가능한 한 피하고 △취침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목욕·샤워를 해 신체를 이완, 체온을 감소시키고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멜라토닌 분비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 등이 있다.
낮잠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단 건가?
낮잠에도 원칙이 있다. 생체리듬에 영향을 안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자야 한다면, 오후 3시 이전 30분 이내로 자는 것이 좋다. 깊은 잠, 렘수면에 빠지면 몽롱해지고, 깨어나기도 더 어렵다. 불면증 등의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다원수면검사 급여화 등 우리나라에서도 수면 관련 인식이 개선되면서 정책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수면 관련 정책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수면장애로 인한 건강 및 생산성 저하는 막대한 진료비 증가 및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보통 한 나라의 국민 소득이 3만 불 이상이 되면 수면 산업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수면에 대한 관심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면의 중요성을 먼저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투자한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 등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수면장애 환자에 대한 정책은 많이 부족하다.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먼저 수면장애가 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직업군에 대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항공조종사·선장·항해사·화물트럭운전사·버스·택시기사와 같은 직업운전자, 관제사, 각종 산업현장의 정밀작업자, 모니터링 작업자 등 여러 직업군에 대한 현실적 수면장애 예방 및 관리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다수를 대상으로 수면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시키기 위한 교육 및 캠페인도 필요하다. 향후 다양한 수면장애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좀 더 구체적 정책들이 나오길 바란다. 수면장애의 예방 및 관리, 수면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