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총력대응 했지만 돌아온 건 '폐원 위기'

코로나19 총력대응 했지만 돌아온 건 '폐원 위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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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 내부 경영자료 입수…환자 수 급감 4월부터 직원 급여 못줄 지경
병원계 "기존 대출 상환 유예...국가 보증하는 긴급 경영자금 대출 시급"

수도권 A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중소병원 두 곳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도 환자 수가 급감, 직원들 급여도 못줄 상황에 부닥쳤다.

A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두 곳의 중소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외래환자는 약 20%, 입원환자는 약 30%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을 지속할 경우 경영 위기에 직면, 병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의협신문]은 최근 A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원 두 곳의 외래·입원 환자 수 현황 자료를 입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환자가 감소했는지를 살폈다.

A의료재단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선제적으로 지난 1월 29일부터 병원 출입구에서 체열 검사 및 문진을 통해 환자를 선별했다. 산하 두 병원 모두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호흡기 환자 전용 진료소를 설치하고, 병원 외부에 접수·수납, 호흡기 환자 전용 대기소 등도 마련했다.

A의료재단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경영난을 겪어 전 임직원과 함께 이겨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저수가 정책과 대형병원의 문턱을 더 낮추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코로나19의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 A의료재단 산하 두 병원에는 538명(B병원 249병상 직원 300명 / C병원 213병상 직원 23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지역 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경영 위기로 2월 급여의 절반만 지급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3월 급여는 물론 이후에도 50% 이상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제적으로 선별 진료를 운영하는 등 국민안심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 수 급감으로 인한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폐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개원 5년차인 A의료재단 산하 B병원은 코로나19가 확산기에 접어든 2월을 기준으로 외래환자는 19%, 입원환자는 29% 감소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개원 1년 차인 C병원은 2018년 11월 개원한 종합병원임을 고려해 최근 7개월 환자 현황을 살펴봤다.

C병원은 2019년 7월 개원 후부터 2019년 12월까지 외래환자 수가 17% 가량 증가하고 입원환자 수도 꾸준히 늘었다. 2019년 연평균 외래환자는 1만 134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2월 대비 2020년 2월 외래환자는 21% 감소했고, 입원환자는 2019년 평균 입원환자(540명)에 비해 2020년 2월 29%가 감소했다.

병원 경영이 갑자기 어려워지자 두 병원은 직원들에게 급여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휘청이고 있다.

A의료재단은 3월 인건비로 50%를 지급했지만, 경영난이 길어질 경우 4월과 5월에 지급해야 할 지출, 특히 인건비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A의료재단 P이사장은 "선제적으로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가 재난 상태인 코로나19와 관련해 병원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면서 "현재 재단은 선별진료소, 호흡기 진료소 운영에 따른 선제적 구매비(선별진료소를 위한 격리 공간 마련, 방호 장비 구매 등)와 추가 인원 편성, 근무 시간 초과로 인한 인건비 발생 등이 일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P이사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포함해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는 중소병원을 위해 지원과 혜택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반 환자가 급감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금융권에서는 긴급 운영자금 대출 등의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직원들은 1개의 마스크를 2∼3일씩 착용하며 호흡기 질환 환자와 일반 환자에 대한 구분, 유증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진료를 시행하는 등 지역에서 종합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걱정했다.

병원계는 ▲정부의 빠른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 ▲금융 대출 상환 유예 선시행 ▲국가가 보증한 대출 선제적 운용 등을 통해 병원의 줄도산을 막아야 코로나 19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 및 감염 방지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P이사장은 "대다수 종합병원은 병원 설립 및 운영자금을 위해 금융권 대출금(원금 및 이자금)을 지급하고 있는 데, 국가 재난 상황에 따른 상환 유예가 일정 기간 보장·실시(메르스 사태의 경우 종식 후 6개월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노력하는 병원이 자생해야 코로나19와 같은 국가감염사태에 대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힌 P이사장은 "병원이 감염 방지 체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새로운 긴급 경영자금 대출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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