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권영진 대구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의료진 문책' 발표
대개협·전의총 등 '비판 성명'…최대집 회장 "강도 높은 대응 행동에 돌입할 것"
코로나19 방역 대책 관련 행정명령 등을 위반,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단 보건당국 입장에 의료계가 '허탈'과 '분노'입장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의료계에 오히려 책임을 추궁하려 한단 비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브리핑을 열고 요양병원 감염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여기서 중대본은 코로나19 관련 행정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및 재정적 지원 제한과 함께 추가 방역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중대본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을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마치 집단 발생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개원가에서도 즉각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전염병과 사투 중인 의사에 대한 처벌 협박이 웬 말이냐"며 경악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아직 코로나19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계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사태 종식 이후, 많은 병의원·의사에 구상권 청구나 행정처분, 규제 등이 이뤄질 것이란 걸 짐작게 한다고 분석했다.
대개협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결과가 나쁘면 구상권을 청구하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협박과 다름이 없다. 어느 병원에서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의료계 협박은 의사들은 위축시킨다.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문책성 발언은 앞서 대구시에서도 나온 바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시설 및 병원 관리 소홀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을 통해 즉각 비판 입장을 냈다.
전의총은 "비상 상황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책임을 교묘하게 의사에게 돌리는 꼴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적폐 중 하나"라며 "권영진 시장이 의료인 매도 폭언에 사죄하지 않는다면, 대구시의사회와 자원봉사하러 간 의사인력들은 즉각 모든 코로나19 진료 현장에서 철수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개인 SNS 게시글을 통해 일련의 의료기관 책임 전가 성 발언에 대한 철회 및 사과 촉구와 함께 불이행 시, 강도 높은 대응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게시글에서 먼저 "최근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분당제생병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운위하며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요양병원에 대해 감염 발생 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겠다, 구상권을 청구하겠다 했고,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요양병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구상권 청구 등 압박을 가했다"며 잇따른 의료기관 문책성 발언들을 정리했다.
이어 "정부의 총체적 방역 실패와 긴급한 대응 전략의 부실, 대응 시스템의 미비 등의 문제를 의사와 의료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해 '형사고발'까지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이요, 정치"라며 "이는 분명 '패륜(悖倫)'"이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회장은 "'패륜적 행각'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강도 높은 대응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너무나 부당한 '패악질'로부터 대한민국 의사들을 구하는 길이, 환자를 구하는 길이고, 국민을 구하는 길이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