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국가시험 자격 요건 강화해 성범죄자 진입 막아야"
전문가평가제 자율규제 권한 강화·지속적 윤리 교육 등 제안
최근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가 인턴 수련 도중 여성 환자를 상대로 성추행·성희롱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전공의들이 전문가 집단 자정을 위한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의료계는 비윤리적 행위를 자율 규제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적절한 처분을 내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평가제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 사법 체계가 보지 못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직장 동료 혹은 같이 일하는 전문가가 선제적으로 적발하고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수련의는 인턴 수련 도중 "좀 더 만지고 싶어, 수술실에 더 서 있겠다"는 발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턴 의사는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은 뒤,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3개월 정직 처분에 대해, 3개월 수련 기간을 더 채우기 위해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시기를 놓치게 돼 사실상 1년 유급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전협은 "해당 수련의는 징계 절차 중에도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故 김현철 씨의 환자그루밍 성폭행 사건 △동기 여학생 성추행 혐의로 고려대 의대에서 출교 조치된 의대생이, 성균관대 의대 졸업 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모집에 합격했다가 취소된 사례 △최근 텔레그램 'n번방' 파문에 이름을 올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사례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해당 전공의 징계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더라도, 의사라는 직업 윤리적 특수성을 고려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가시험 자격 요건을 강화해 성범죄자의 근본적 진입을 막아야 한다. 전문가 집단에 강력한 규제권을 부여해 자정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윤리 교육과 인성 함양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개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대다수 의사의 선의가 의심받게 된다.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 관계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의지를 꺾는 등 수련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면서 "전문가로서 떳떳하게 잘못을 지적할 수 있고, 성범죄자는 죄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