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의견조율 난항 끝 당뇨병학회 정부에 급여 의견 제출
심평원 "내분비학회·식약처 등 추가 의견 수렴해 논의할 것"
대표적인 혈당강하 기전인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간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을까. 그간 조율에 난항을 겪던 학계가 급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며 가능성을 높였다.
13일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계열을 병용처방하더라도 급여를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이미 DPP-4 억제제와는 병용처방 급여가 적용되는 TZD 계열도 포함된 의견서다.
앞서 2018년 정부는 DPP-4 억제제 계열의 의약품과 SGLT-2 억제제 계열의 의약품의 병용처방에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방안은 크게 두 가지. '상호 병용처방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있는 의약품 한정'하는 방식과 '계열별 모든 의약품의 병용처방 급여화'하는 방식이었다.
당뇨병의 특성 탓에 이미 3∼5가지 기전의 병용처방도 현장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허가사항에 존재하지 않는 오프라벨 처방이 상당수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SGLT-2 억제제가 자사의 제품, 혹은 선두 DPP-4 억제제 성분과의 병용만을 임상 데이터로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AZ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경우 자사의 DPP-4 억제제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와 MSD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의 병용이,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자사의 트라젠타(리나글립틴)와의 병용을 허가사항에 담고 있다.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과 MSD의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 또한 자누비아와 병용할 수 있다는 허가사항만 갖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9종의 DPP-4 억제제 중 허가사항에 따른 SGLT-2 억제제 병용 가능 제품은 3종뿐이다.
허가사항 기준으로는 트라젠타와 포시가를 병용할 수 없고 자누비아는 자디앙과 사용할 수 없다. LG화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 한독의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등은 병용 가능한 SGLT-2 억제제가 전혀 없는 상황.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외 현장에서 이미 병용처방이 이뤄지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과 허가사항 외에 처방을 급여 의견으로 제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렇게 정부에 의견을 제출하지 못한 채 1년여가 흘렀다.
지난 1월 윤건호 신임 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의 병용처방 급여에 대한 학회 입장 수립 계획을 전했다. 춘계학회 전까지 계열간 병용처방에 대한 급여의견을 모으겠다는 의지였다.
윤건호 이사장은 "임상적 근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도 전문가 권고사항이 있다. 대신 이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면 노이즈를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모니터링 시스템이 완비돼 학회가 리포팅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병용급여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춘계학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대체로 결정됐지만, 병용처방 급여 의견서에 대해서는 학회 내 의견을 모아 정부에 의견을 전달한 것.
이에 대해 병용처방 급여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심평원 약제기준부는 "당뇨병학회에서 제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내분비학회 등 관련 학회, 식약처 등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 절차에 이번 주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병용처방 급여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의 진행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과거의 쟁점사항을 두고 논의할지 새로운 쟁점사항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논의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