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 중심에서 2년새 0.4∼0.5㎖ 용량이 메인으로
점안제 약가인하 집행 시 시장 재편 속도 낼 듯
약가인하의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점안제 시장은 새로운 기준 규격에 따라 재편하고 있다.
14일 점안제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점안제 처방이 일제히 0.4∼0.5㎖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정책 변화에 따라 0.4∼0.5㎖ 용량을 메인 제품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보건복지부는 일회용 점안제의 기준 규격을 0.3∼0.5㎖로 정하고 이에 따라 보험상한액을 조정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단위당 함량 제품군별 가중평균가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약가조정으로 일회용 점안제를 0.5㎖ 이상 대용량으로 만들더라도 건강보험 약가를 더 받기 어려워졌다. 그간 일회용점안제 업체들이 불필요한 증량을 통해 높은 이익률을 가져가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줬다는 데 따른 대안이었다.
다만 이 약가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제약사들이 모여 고시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20곳이 원고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재판부는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뚜렷하고 제약사의 이익 감소보다 대다수인 소비자에게 가는 혜택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제약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심을 청구했다. 문제는 재판이 거듭되면서 약가조정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일회용점안제의 약가조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 변화는 뚜렷하다.
지난 2월 한달간 일회용점안제 중 태준제약의 뉴히알유니(17억 7300만원), 휴온스의 리블리스(15억 1500만원), 한미약품의 히알루 미니(13억 7300만원), DHP의 티어린 프리(12억 6300만원), 삼천당제약의 하메론(10억 4900만원) 등이 가장 많은 처방규모를 기록했다.
2019년 2월과 비교할 때 뉴히알유니는 4.0%, 히알루 미니는 29.3% 성장한 반면 리블리스(-2.3), 티어린 프리(-0.2%), 하메론(-8.3%)은 줄었다.
뉴히알유니의 경우 기존 메인 제품은 0.9㎖ 용량이었다. 2018년에는 0.9㎖ 용량에서만 135억 5500만원의 처방이 이뤄졌다. 같은 해 0.45㎖ 용량의 매출은 55억 8400만원 수준.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9년에는 0.45㎖ 용량이 219억 1300만원을 올린 반면 0.9㎖는 20억 200만원으로 줄었다. 개당 가격이 0.9㎖는 523원, 0.45㎖는 340원임을 감안할 때 처방량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리블리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 리블리스 제품군에서 메인 제품은 2018년에서 2019년을 거치며 0.15% 점안액 0.45㎖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이 제품군에서 거둔 매출액은 128억 400만원에 달했다.
히알루 미니도 과거 0.8㎖ 용량 시리즈를 메인으로 판매했지만, 현재는 0.5㎖ 용량의 매출 비중이 크다. 티어린 프리와 하메론도 2018년부터 팔기 시작한 0.5㎖ 용량이 기존 0.8㎖, 0.9㎖를 대신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재편은 약가조정이 집행된다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약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길게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할 것으로 함께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