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보다 3월 처방량 줄어…환자 감소 폭 감안할 때 '선방'
"코로나19 특수한 상황, 장기처방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쓴 2월과 3월, 의약품 처방량은 급감했을까. 데이터상으로는 큰 폭의 감소는 보이지 않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줄었지만, 만성질환 등에 대한 장기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의협신문>은 20일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의 2월·3월 원외처방액을 바탕으로 상위 200개 의약품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올해 2월, 원외처방액 상위 200개 의약품 가운데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처방량이 줄어든 제품은 총 32개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화이자의 쎄레브렉스, 애브비의 마비렛, 한림제약 엔테론 등 코로나19와 관계없이 하향세에 있는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허만료 후 약가 인하 등으로 처방액 규모가 크게 줄어든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처방량에서는 오히려 13.5% 증가를 보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3월에는 전년 3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제품이 큰 폭으로 늘었다.
3월 원외처방액 상위 200개 의약품 가운데 처방량이 줄어든 제품은 총 61개 품목이다. 특히 상위 제품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한 제품이 눈에 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에자이의 치매완화제 아리셉트, 아스텔라스의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등 처방규모 상위 20개 내 5개 의약품의 처방량이 줄었다.
2월에는 상위 20개 내 처방량 감소 의약품은 없었다.
상위 100개 의약품으로 살펴볼 때 2월에는 12개 의약품이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3월에는 25개로 크게 늘었다.
다만 이 성적표는 당초 제약계에서 예상한 처방량 급감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감했지만, 제약산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
한미약품의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의 경우 2월 전년 대비 44.0% 처방량이 늘었으며 3월에도 34.6% 늘었다.
LG화학의 당뇨병치료제 제미메트와 MSD의 고지혈증치료제 아토젯 또한 두 달 모두 20% 이상 처방량이 늘었다.
3월 20∼24일 <의협신문>이 진행한 닥터서베이에 따르면 40% 이상 환자가 감소했다는 의견이 전체 의사 응답자 1470명 중 980명으로 66.6%에 달했다. 20∼30% 감소했다는 응답도 414명, 28.2%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환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의약품 처방량 감소는 그에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의약품 처방량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장기처방이 다수 이뤄졌다고 분석 가능하다. 감염병 확산 우려에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기관을 자주 찾지 않는 방안을 모색한 것.
<의협신문>과 만난 내과 전문의는 "개인적으로 2개월 이상 장기처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는 특수한 상황으로 최근에는 만성질환 환자에게 3개월 처방도 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만성질환 환자를 자주 만나 지속 관리하는 것을 최선으로 볼 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