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4월 24일 총회…6월 19일 '산별노조 추진위원회' 발족키로
권성택 회장 "밥그릇 챙기기 아닌 의료정상화 역할...국민 편에 설 것"
의과대학 교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오는 6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4월 24일 총회를 열고, 의대 교수 노조 설립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대학교수들은 교원노조법 제2조(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한 교원을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제한)에 따라 노조를 설립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9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교원노조법 제2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론(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4월 1일부터 교수들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대학교수(사립대학교 교수, 국·공립대학교 교수)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자, 전의교협도 이에 맞춰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지연됐다.
지난 4월 24일 열린 총회에서는 의대 교수 노조 설립에 대한 큰 취지에는 뜻을 같이하고, 산별노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택 전의교협 회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성형외과)은 "전체 대학교 교수 노조 결성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의대 교수 노조가 대학의 복수노조 중 하나가 되는 방안, 그리고 산별노조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며 "산별노조 추진위원회를 오는 6월 19일 발족시키고, 6월 중 열리는 춘계 세미나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올해 정상적으로 학교가 개학을 했으면 노조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왔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노조 설립에 대한 원칙만 공유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 노조 설립의 원래 목적은 대학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라 대학병원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힌 권 회장은 "법적으로 병원이 사업장이 되는가에 대한 애매한 부분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의대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하면 어떻게든 대학병원에 압력을 줄 수 있는 조건은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권 회장은 "날이 갈수록 병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증질환의 박리다매형 진료나, 고가의 비급여 항목에 치중하는 진료를 선호하면서 고용된 의사들에게 수익 창출 우선의 무한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아무리 불가피한 면이 있더라도 양심과 의학적 판단에 의한, 의사의 이성적이고 환자 중심의 합리적인 진료를 어렵게 함은 물론이고 일부 병원에서는 강요의 수단으로 성과급은 물론이고 승진, 재임용에 실적을 반영해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진료과 간, 그리고 개인별 경쟁심을 유도하고 진료수익이 많을수록 '베스트 닥터', 'Top 10' 등 훌륭한 의사로 포장하고 부추겨 이에 최면이 걸리듯 도취한 의사들도 생겨나는 현실을 부정만 할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권 회장은 "이런 현실은 결국 과잉진료를 양산하게 돼 국민적 불신과 함께 의료비 상승 등 국민 모두에게 해가 되고,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최일선에서 수호해야 할 의사와 의료인에게도 치명적 손괴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며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의대 교수 노조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용자에게 대화와 요구를 할 수 있는 법적인 지위를 가진 단체는 노조밖에는 없다"고 밝힌 권 회장은 "현재 의사노조가 3곳에서 탄생했는데, 의사노조는 앞서 언급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사노조는 밥그릇을 챙기는 모습이 아니라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서 역할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의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므로 극단적인 단체행동으로 힘을 과시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파업하지 않는 노조이지만, 국민의 편에서 바른 목소리를 낼 때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전국 교수노조 활동 내용을 보면서 전의교협도 노조 설립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의대 교수 노조가 설립되면 교수도 근로자 신분에서 대학병원과 부당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협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