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20대 국회 회기 처리 '안간힘'...개정 가능성 '희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 회기 내에 불법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회 사정상 회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15일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지면서 새 국회 구성을 위한 체제 정비에 들어갔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여당은 코로나19 대응 및 향후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바쁘고, 야당은 괴멸 수준의 당을 추스르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은 특사경법 개정 노력을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9일 건보공단은 20대 국회 회기 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단속을 위한 특사경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 자동 폐기 위기에 놓여 있다는 자료를 내고,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밝혔다.
특사경법은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 단속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 수사하기 위한 법안으로 지난 2018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이 발의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사무장병원 수사가 장기화(평균 11개월)에 따른 건보재정 누수를 막고, 영리 추구만을 위해 운영되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을 조기에 단속·수사 및 기소하고,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 의료시장을 교란을 조기에 막겠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특사경법이 도입되면, 평균 11개월 소요되던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수사 기간을 행정조사와 연동해, 3개월 이내로 단축해 수사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3개월 이내 수사 종결 비율이 5.37%에 불과하며, 수사 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로 8개월을 단축하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비용을 합해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있다.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한 재정 누수 규모는 2019년 3조 20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44.49% 증가했지만, 환수율은 2018년 6.72% 대비 2019년 1.18%p 감소한 5.54%로 금액은 1788억원 수준이다.
특히 2019년 환수결정금액의 경우 연간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9936억 원으로증가했고, 이는 연평균 환수결정 금액(2933억 원)의 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권 오·남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단순 착오청구 기관에도 수사권과 요양급여비용 환수권을 발동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의은 "특사경 수사권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한정하도록 법제화 돼 있고, 특사경 추천권을 지난해 5월 건보공단 이사장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조정해 국회에 제출했으며, 수사 진행 전 보건복지부, 공급자단체, 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진행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치·운영할 계획"이라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단순 의심 건이나 착오·거짓청구에 따른 수사는 원천 차단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문수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사무장병원 등의 질 낮은 의료 인프라로 이윤추구에만 집중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정부의 생활 적폐 개선과제로 선정됐다"며 "2018년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159명 사상)도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의 사례로, 다양한 행정조사 경험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또한 "국회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부담을 해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을 하루빨리 차단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