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자율규제, 진료실 밖 사건에 대해서도 발효 '눈길'
의협 "의사의 자격 문제, 윤리적 판단도 함께 있어야"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가 29일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중보건의사 A씨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의결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4일 "A공보의가 23일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불법적으로 촬영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A공보의는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래카메라로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의협은 수련 도중 "좀 더 만지고 싶어, 수술실에 더 서 있겠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B인턴에 대해서도 중윤위 회부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의사 불법 촬영 사건위 경우, 진료실 밖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율징계를 심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성추행 관련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관련 사건에 대해 더욱 엄중한 처분이 가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공중보건의로 재직 중인 모 회원이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신고됐다"면서 "불법 촬영 영상이 발견돼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규정 제11조에 의거, 당 회원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 요청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공보의는 지방에서 근무 중으로, 최근까지 대구에 파견돼 코로나19 환자 치료 및 방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공보의는 경찰 조사 초기에 "주식 강의 촬영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후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사의 자격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윤리적 판단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사건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봤을 때,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되는 높은 윤리성을 감안했을 때,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의사 자격 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연인 사이라도 여성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하면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2부는 17일 교제 중인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36)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과 함께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시설의 1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