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겨울이 되자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부고가 들려온다 한겨울 말이 되지 못하고 허공중에 떠도는 비명들 목숨을 내놓고 외치는데 천지사방 아무도 듣지 않는다 관속에서 차가운 길바닥 에서 현기증 나는 굴뚝 위에서 컨테이너 벨트에 끼어서 모두 비명자가 되어간다 차가운 봄 바다에 가라앉은 목숨들, 죽지 못해 사는 가족들의 비명은 어떠한가
이것은 연극이 아니다 끝나지 않은 현실의 이야기다 듣는이 없는 자들의 비명 누군가 귀담아듣자 비명은 말이 되어 들리기 시작한다 75미터 굴뚝 위에 사람이 살고 있다 두 노동자가 단식 중인 굴뚝 앞 목련이 꽃을 피우고 고개를 내밀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목동 열병합발전소 아득한 저곳에 따뜻하고 환한 불이 들어올 수 있다면, 어둠이 출렁이는 새벽길 화한 보름달 피 흘리며 울고 있다
▶광주보훈병원 심장혈관센터장 / 2009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있음.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