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협회 "소비자 폭력 '법 사각지대'…감정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감정노동자 보호 법령 마련·자살예방 및 보건복지서비스 접근성 개선 등 제안
서울소재 한 아파트 경비원의 사망과 관련, '갑질 소비자 처벌법'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인의 죽음이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인 경비 노동에 가해지는 갑질과 폭력에 의한 것인 만큼, 사회적·법적 보호망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자살예방법 3조에는 자살위기에 처한 국민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구조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고인의 권리는 안타깝게도 행사되지 못했다. 제도적 개선과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 경비원은 다양한 직업경력을 가진 시민들이 제2의 직업으로 흔히 선택한다. 이에, 상당수가 50대 이상 또는 고령이며 그 수가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비업상 경비원의 업무는 시설경비업무와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동주택의 경비원은 분리수거장 정리, 주차 관리, 택배 업무 등의 추가적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살예방협회는 "경비원은 입주민 등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갑질 소비자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법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며 "경찰조사로 밝혀져야겠지만 범죄수준의 폭력이 지속되면서 고인이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보호를 받지 못한 데에는 이 같은 불평등한 관계에서 보호받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인은 근무 중 발생한 갑질과 폭력에 노출돼 경찰에 가해자를 고소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급성스트레스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자살로 내몰렸다"면서 "이번 경비원 자살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와 지역사회 자살예방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연결되지 못해,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을 짚으며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국민이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체계의 확대와 접근성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자살예방협회는 "직접 고용관계가 아닌 소비자들의 심각한 폭력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 법령 마련 등 폭력·갑질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 보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폭력과 트라우마 피해자에 대한 자살예방 및 보건복지서비스의 접근성 개선 등 실질적 대책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살유가족에 대한 트라우마케어와 원스탑 지원서비스의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과 후속조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끝으로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피해가족의 지원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