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상한제가 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냐는 질의에 김화중 장관은 "정책을 보험재정 안정에 두다보니 추진하지 못했다" 며, 1,300억원이 더 필요하므로 재정 흑자 정도를 봐 가면서 추진하되 본인부담상한선을 300만원 선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감기와 물리치료 등 경증 환자의 부담을 올려 절감되는 보험재정을 본인부담상한제에 쓰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아랫돌 빼서 웃돌 괴는 방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협은 동네의원의 문턱을 높이게 되면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660만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을 억제해 작은 병을 더 키우게 되므로 결국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며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은 경질환자의 본인부담을 올리는 방식의 재원조달 방안이 빈곤층의 1차의료 이용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의식한 듯 국고에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장관은 10일 복지부 종합국감에서 "감기 등 경증환자 본인부담을 늘리는 문제는 다각도로 고민 중에 있다. 수가계약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의료계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전체 진료비의 54.5%를 차지하는 비급여 부분(상급병실료, 식대, 고가장비 등)은 여전히 제외되므로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 달 이내에 보험급여비의 본인부담이 120만원을 넘으면 차액의 50%를 보험재정에서 지원받고 있다. 그런데 300만원까지 상한액을 올리게 될 경우 50%의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120∼300만원대의 환자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부담상한제 시행에 따른 재정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고가 아닌 경질환자의 부담을 올리는 방법으로 재정조달이 이뤄질 경우 저소득층의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리고, 1차의료를 위축시키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해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대의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건강보험공단이 실사권(현지조사)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이에 대해 의원들 간에도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오갔으며, 결론은 건강보험법상 징수권의 범위와 절차 등이 구체적이지 못해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이를 명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매듭 지워졌다.
그러나 징수권을 행사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사실확인을 위해 임의조사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복지부장관이 실사를 나갈 경우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참석시킬지 여부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실사 인력의 부족으로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함께 대동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징수권 범위와 절차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많다. 게다가 현 16대 국회가 내년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부가 빠른 시일 내에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은 실사권이 없다" 는 주장을 확실히 했고, 의원들도 건강보험법상의 애매모호한 문제 때문에 실사권 얘기를 했던 만큼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김성순 의원은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요양기관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현장조사권 유무와, 건강보험법 제52조에서 부여한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 징수권의 범위와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법리해석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복지부가 올해 초 수립한 '2003년 허위·부정청구 근절을 위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의 실사 행사는 불가능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실사를 요청한 요양기관 조사 때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김화중 장관은 "장관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문제를 몰랐는데, 조금을 알 것 같다"며, 김성순 의원이 제시한대로 세부규칙을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김찬우 의원(한나라당)은 "의사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한 것에 대해 심사기준에 벗어났다는 이유로 허위·부당청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밝혔다.
김 의원은 9월 25일 열린 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의료의 현실을 무시한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으로 인해 의사가 환자에게 실시한 적절한 진료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또한 "심사기준은 진료수칙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대 의학은 계속 발전해 진료심사기준도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데, 정부와 심사평가원은 보험재정 안정화에 따른 적정급여만 앞세우고 심사기준 개선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불합리한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불명확한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이 큰 문제" 라며, 심사평가원은 허위·부당청구의 개념 및 범위와 이를 판단하는 관련 법규를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심사평가원은 "현행 건강보험법이나 의료법에는 허위·부당청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건강보험법 제52조의 규정에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하거나…'로 표현하고 있는바, 이를 광의의 부당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또 "광의의 부당청구로 표현할 경우 의료계에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허위청구, 과잉청구, 착오청구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며, "허위청구는 고의로 실제 진료내역과 다르게 청구서를 작성하거나 다른 요양급여기준을 적용해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지급받은 것을 말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부당청구 유형이 여러 개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벌은 일률적이라며, 유형에 따라 처벌정도도 달라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의협은 "건강보험법, 의료법에서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개념 규정이 없는 만큼 제도개선을 통해 더 이상 의료계가 부당한 집단으로 몰리는 것도 막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성순 의원(민주당)은 복지부 국정감사 마지막 날 김화중 장관에게 생동성인정품목에 대한 성분명처방 확대 및 대체조제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약사법상의 사후통보제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 이유로는 2000년 의약정 합의사항이므로 복지부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관련단체의 의견을 새롭게 수렴한 뒤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기보다는 우선 생동성인정품목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김성순 의원은 "의약분업을 조기에 뿌리내리고 약품이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동성시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한 "생동성인정품목이 3∼5개 되는 성분에 한해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해야 하고, 제약회사가 생동성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약사법사의 사후통보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고 추궁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에도 생동성인정품목에 대해서는 약가등재시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은 의약품의 퇴출을 식약청과 논의 중에 있다" 고 밝혔다. 또한 "사후통보제 폐지의 경우는 정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의약정 합의사항을 고려해야 하며, 새로운 방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며 사후통보제 폐지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자가 복용한 약제비를 기준에서 벗어낫다는 이유로 의사의 진료비에서 물어내게 하는 약제비 환수관행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심사평가원과 복지부는 2002년 4월 과잉처방된 약제비 손실을 요양기관의 진료비를 통해 환수하는 것을 법령화하려 했으나 국회에서 '법적구성요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이후에도 심평원은 국회의 지적사항을 묵과하고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계속 환수관행을 자행해 왔다.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국감 당시 심평원장은 불법적인 법집행과 관행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완벽한 보완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해 놓고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냐?" 고 추궁했다.
심 의원은 "공단의 전신인 의료보험연합회가 법무법인 화백에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건강보험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답을 받은 바 있다" 며, "졸속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하다 보니 과잉처방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변제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합의 없이 추진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 고 따졌다.
이에 대해 신언항 심평원장은 "법률가 간에도 이견이 있다 법률가의 자문을 받아 검토해 보고 복지부에 건의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국감에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관행을 법적으로 가려달라며 '요양급여비용부지급처분취소 등에 대한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서울시의사회 김종웅 보험이사가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원고로 참여하고 서울시의사회와 의협이 측면 지원을 맡은 이번 소송은 판결 결과에 따라 법률적인 근거없이 자행되고 있는 환수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