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 쏠린 '보건복지부'…국민 생명 지키려면 "반드시 분리해야!"

'복지'에 쏠린 '보건복지부'…국민 생명 지키려면 "반드시 분리해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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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부 독립된 나라에서 '코로나 치명률' 낮아…OECD 회원국 대부분 '분리'
미래통합당 '국민보건부' 신설 토론회 "보건 기능·질병 정책 정책기능 강화돼야"

ⓒ의협신문 홍완기
ⓒ의협신문 홍완기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국민보건부는 독립돼야 한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30일 국회 본청에서 미래통합당이 주최한 국민보건부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이같이 정리했다.

토론회에서 보건 기능 강화와 함께 질병 정책의 정책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 상황을 요약한 것.

박홍준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부서다. 반드시 독립돼야 한다. 아직도 코로나 사태는 계속 진행돼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수장의 전문성과 결단력이 국민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건 분야 역량 강화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등 조직개편 방안까지 나온 상황.

의료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국 보건소를 직속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독립적·전문적인 국민보건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보건부' 신설은 지난 메르스 당시에도 의료계에 의해 제안됐던 사안이다. 4·15총선 당시에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당시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의해 다시 한번 제안됐다.

그리고 10일,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국민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고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홍완기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홍완기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먼저 우리나라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의 원인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박은철 교수는 "지난 20년간 4번의 큰 전염병이 발생했다. 그 중, 가장 대응 성적이 좋았던 것은 사스 사례"라며 "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학 박사학위를 가졌던 김화중 전 장관이었다. 보건 전문성이 방역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인력은 복지 분야는 10.1%가 증가하는 반면 보건 분야에서는 2.7% 증가에 불과했다. 예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결국, 보건복지부 통합 상황에서는 복지 분야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문제 제기다.

제안된 국민보건부 안은 '3실 1국 14관 1대변인 45과'. 이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에서 하지 못하고 있는 질병, 방역 정책 분야를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은철 교수는 "19개 산하기관까지 다하면 충분히 큰 조직이다. 독립된 부가 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 독립된 국민보건부는 국민건강을 지키고 K방역, K헬스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치명률을 비교했을 때, 보건부가 독립된 나라들의 환자 치명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의협신문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의협신문

박홍준 회장 역시 "현재 OECD 회원국 37개국 중, 무려 21개국에서 보건과 복지는 분리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보건부 신설의 필요성으로 크게 전문성 강화, 의료전문가 행정조직 확보, 공중보건위기 대응 역량 강화 세 가지를 짚었다.

특히 "감염병 하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경우,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는 상태에서 국민 생명에 직접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역설적으로 의료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더라도 보건과 복지라는 엄청난 업무로 인해, 자유로울 수 없는 직위다. 이에, 독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앙과 각 지역 보건소와의 유기적인 협력 구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박홍준 회장은 "4년 주기마다 신종감염병을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발생할 때마다 2, 3년 지속된다고 한다면 이제 감염병은 우리의 일상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의 체제가 국민을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초기 신속하고 의연히 대처하려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250개의 보건소가 있다. 중앙과 지역의 유기적인 협력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고민 없이는 무늬만 바뀌고,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보건소가 직속체제가 되어, 일사불란한 협조체계, 그리고 민간의료기관의 협조가 이뤄져야 항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선영 보건복지부 <span class='searchWord'>혁신행정</span>담당관 ⓒ의협신문
이선영 보건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 ⓒ의협신문

이선영 보건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은 보건 기능 강화와 질병 정책 정책기능 강화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보건복지부가 55년 정도 통합돼 운영돼온 만큼, 깊은 연계가 있다는 점, 또한 통합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수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선영 담당관은 "정부 역시 보건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이에, 질병관리청 승격도 추진 중이다. 또한, 우수한 방역체계 확충을 위해 보건의료체계와 보건의료정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부는 55년부터 보건사회부, 보건복지부 등 통합·운영돼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 내에서의 통합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깊은 연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연계성이 높은 이유는 보건의료정책도 보건 분야 격차 해소, 지역별 사회적 문제 통합,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국민들이 각종 정책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은 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로 인한 대국민 서비스에 얼마나 개선되는가에 목표를 둬야 한다. 국민의 수요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특히 생애주기별로 복합적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고령화 돌봄 등 국민들의 수요는 통합적 서비스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부분을 모두 고려해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의협신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의협신문

김종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내적 안보 강화를 위해서라도 국민보건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는 전쟁 상황을 겪고 있다. 파괴만 없을 뿐, 많이 인명이 사살되고 있는 것은 전쟁 못지 않다. 이에, 코로나 등 전염병 방역은 전쟁을 막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내적 안보를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의 위상, 특히 보건 분야에 대한 성장은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현재까지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 위상이 높지 않다. 과거 보건복지부라고 하면 아무나 가서 장관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며 "최근에 와서 복지제도가 확장되면서 거대한 '공룡 기관'으로 변모하는 모습으로 위상을 돋보였다고 생각하지만, 보건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해서도, 전국적인 방역망 확립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최근 보건소가 지자체 산하에서 관리되면서 방역을 소홀히 한 채, 하나의 의료기관화 됐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방역체제는 중앙에 질병관리본부 하나만 딱 있다. 최근 코로나를 겪으며 청으로 승격한다고 한다는데, 그 자체만으로 전국적 방역망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지역 방역을 담당하는 곳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 각 지역마다 보건소가 있지만, 본래 설립 목적이 방역과 예방인데, 지자체가 실시한(보건소를 관할한) 이후, 각 장들의 편의에 따라 하나의 의료기관화 돼버렸다. 실제로 방역 예방에 충실히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보건부가 생기고, 그 안에서 방역청이 있고, 지방 방역청이 만들어지고, 보건소와 어떻게 연관을 맺느냐에 따라 완벽한 방역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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