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180일까지 소득 50% 보상' 상병수당 가능할까?

'입원 180일까지 소득 50% 보상' 상병수당 가능할까?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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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연 1조원 상병수당제 도입 추진..."유급병가 의무화, 노동생산성 제고"
재원 마련·보장성 강화 충돌 등 난제...복지부 "취지 공감, 검토사안 많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은 2일 국회에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다양한 사회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병수당제 및 유급병가 휴가 의무화 제도 도입을 쟁정화하고 있어 시행 가능성에 대한 이목이 쏠린다.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은 2일 국회에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다양한 사회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병수당제 및 유급병가 휴가 의무화 제도 도입을 쟁정화하고 있어 시행 가능성에 대한 이목이 쏠린다. ⓒ의협신문

코로나19 장기화가 상병수당제 도입과 유급병가 휴가 의무화 입법 추진 동력이 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해 일정기간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받는 기간 동안 기존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는 제도'인 상병수당제 및 유급병가 의무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과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의 충돌 등 우려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안호영·서영석·이수진·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상병수당제도 도입 연구' 결과를 발표한 임승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보험제도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상병수당제 및 유급병가 의무화 제도 도입 논의를 시작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센터장에 따르면 공적 상병수당제도는 16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과 미국에서만 시행가고 있지 않다.

임 센터장은 "보장수준 설계에 따라 소요재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득근로자의 근로능력 상실 입원+내원일 수 3일 초과 대상자에게 법정 유급병가 및 대기기간 7일 초과~180일까지 이전 소득의 50%를 보장'하는 모델 수준으로 도입해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센터장은 이런 모델을 도입할 경우 연간 109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소요재정은 8055억원~9209억원으로 추계했다.

다만 "상병수당제도의 부재는 건강보장체계의 사각지대지만 문재인 케어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도입 논의는 재정 확보 측면에서 정부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고 경계했다.

제도 입법화 방안에 대해서 발제한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노동자 건강권과 소득 보장을 위해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의무화가 고용 유지 전제하에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상병수당의 신속한 제도화에 발맞춰 무급병가 휴가, 휴직권은 최우선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법정화할 것을 기대한다"며 "유급병가 법정화 시 일정 기간별 국고재정 지원을 차등화해 조기에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재정의 역할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도입 제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토론회를 주최한 남인순 의원은 "아파도 일하는 사회에서 아프면 쉬는 사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유급병가 휴가를 의무화하고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해 질병과 부상에 대한 소득 손실을 보전하면 궁극적으로 노동생산성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영 의원도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주의 큰 부담을 들이지 않고도 노동자가 충분히 치료받고 다시 일자리에 복귀할 수 있기에 인력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상병수당 도입 논의는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 과정에서 진행됐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보장권을 하기 위해 상병수당의 의무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2010년 후로 야당 국회의원들도 상병수당 도입 법을 국회에 발의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의료비에만 초점을 둔 보장성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노동자의 상병으로 인한 소득상실 보장까지 확대하는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혜영 의원은 "지난달 23일 건보공단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아프면 쉬라고 안내하는 콜센터 직원은 아파도 출근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됨에 따라 상병수당과 유급병가휴가 제도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상병수당은 급진적이고 과도한 주장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전 세계 상황을 보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질병과 사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중소상공인들의 소득을 지켜주는 제도를 국가가 준비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대기기간·사각지대 구분 필요...재원 마련 고민"
보건복지부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논의가 시작하는 단계에서 대기기간, 사각지대 등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소요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보건복지부에서도 제도 도입 논의를 시학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학계, 노동계에서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있어지만, 아직 심도 깊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제도 도입 전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등으로) 재원 마련도 고민"이라고 전제했다.

이 과장은 "보건복지부 내부적으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고 건보공단 연구도 결과도 살펴보고 있다. 단순히 재원 마련 뿐만 아니라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의무화 등을 병행 추진해야 할지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기간 설정, 사각지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을 위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소득 보장과 의료 보장이 연결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비급여 급여화를 진행하면서 상병수당제를 도입할 경우 중복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 간 적합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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