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후폭풍 약계까지...화상투약기·의약품 택배 부상

'원격의료' 후폭풍 약계까지...화상투약기·의약품 택배 부상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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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화상투약기' 일단 유예됐지만 언제든 재론 가능성
재외국민 원격의료 허용…의약품 택배서비스 도입 '우려'

정부의 원격의료 실행 방안이 <span class='searchWord'>화상투약기</span>와 의약품 택배로까지 이어지면서 약계 에 불씨를 던졌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정부의 원격의료 실행 방안이 화상투약기와 의약품 택배로까지 이어지면서 약계 에 불씨를 던졌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시위를 떠난 '원격의료'가 몰고올 폭풍이 약계를 엄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화상투약기 도입은 일단 유예됐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고, 7월부터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처방 의약품 택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한국형 뉴딜을 앞세운 정부 기조에 따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제·산업 부처가 '규제실증특례'를 내세워 원격의료 터다지기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면서 위기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원격 화상투약기 문제도 과기부가 나섰다. 과기부는 6월 30일 제10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중 하나로 '스마트 원격화상투약시스템 구축·운영'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약계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결국 안건에서 제외했다.

대한약사회는 화상투약기 도입 완전 폐기를 위한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6월 30일 낸 성명에서 약사회는 "원격·비대면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빙자해 영리 기업자본의 의약품 판매업 진출을 실증특례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계속되면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쓰리알코리아'에서 개발된 화상투약기는 약사가 투약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환자와 원격 상담한 뒤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자판기다.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등에 막혀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1월 규제 유예를 신청했다.

약사법에는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안된다'(제50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어 화상투약기 설치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원격 화상 투약기를 약국 내에 설치한 후 약사가 약국 밖에서 원격 화상투약기를 통해 의약품을 판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약사회 입장은 단호하다. 화상투약기 운영에서 수익이 나기 위해서는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는 약국은 자리를 빌려주는 것일 뿐 실질적인 운영자는 영리 기업자본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약사회는 "최소한의 양식과 상식도 존재하지 않는 일방통행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7월부터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약계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재외 국민에게 의약품 처방이 되면 결국 택배서비스가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2년간 임시허가를 받아 수행하는 원격의료는 재외국민이 관련 앱에 증상을 입력하면 국내 의사가 화상을 통해 진료한 후 처방전을 발행하고, 현지 병원을 통해 약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주로 국내 기업 주재원들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초로 원격의료가 확대될 경우 국내 처방전이 모든 나라에서 통용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약품 택배서비스가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약계의 우려다.

약계가 원격 화상투약기·의약품 택배서비스 등 원격의료가 몰고올 파장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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