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베체트병 연구수준 알린다

국내 베체트병 연구수준 알린다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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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국제베체트병 학술대회(연세의대 및 아주의대 베체트병특수클리닉 주최, 대한베체트병연구회 후원)가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5월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3일간 진행된다.

아시아권에서는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이후 19년만의 일로 국내 베체트병 연구 및 진료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베체트병 연구수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체트병은 단순한 구강궤양에서 실명에 까지 이르는 특이한 질환으로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과거 실크로드에 위치한 국가들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지역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1937년 터어키 피부과의사인 훌루시 베체트(Hulusi Behcet)에 의해 처음 정의됐으며, 구강 및 외음부 궤양, 피부증상 및 전신장기를 침범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961년 가톨릭의대 주창로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문헌보고됐으며, 이후 매우 드물게 보고되어 왔으나 1980년대 이후 보고되는 환자수가 매년 증가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베체트병환자를 2∼3만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983년 11월 국내에서 처음 베체트병 특수클리닉을 개설한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현재 5천8백여명의 환자가 등록되어 치료 또는 관리를 받고 있으며, 1995년부터는 아주의대병원이 베체트병 특수클리닉을 개설하여 환자진료, 임상 및 기초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 호발하는 지역적 특성을 지닌 질환 답게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참가신청을 한 나라는 터키, 이란, 이라크,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그리스, 튀니지, 모로코,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주류를 이루며, 기타 국가들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모두 23개국이 신청한 상태로 200∼25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접수된 초록은 170편으로 이 가운데 국내연제가 30편에 달해 주최국으로서 활발한 학술활동의 면모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제학회의 유치는 1996년 튀니지에서 열린 제7차 학술대회때로 여느 국제학회 유치와는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학술대회는 이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인원을 파견, 유치전을 벌이는 것이 상례이지만 당시에 이미 2000년 학술대회는 독일 베를린 개최가 거의 결정된 상태였으나 베체트병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를 들어 대회 개최를 강력히 희망하는 다수 국가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 이 대회에 참석했던 이성낙(아주의대)· 방동식(연세의대)교수가 여론에 밀려 졸지에 책임을 맡을 수 밖에 없었는데 1997년 IMF가 터지면서 두 교수는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희귀질환이다 보니 후원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으나 두 교수의 착실한 노력으로 다행히 참가인원이 여느 학회 때보다도 많고 170편이나 되는 초록도 들어와 성공적인 개최를 전망케 하고 있다.

제9차 국제베체트병 학술대회 준비위원회 대회장을 맡은 이성낙교수는 국내 베체트병 진단 및 치료를 개척해온 장본인. 독일 뮌헨대학에서 베체트교수로 부터 이 질환을 계승해온 마케니니교수의 제자를 지도교수로 모시면서 이 병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모국에 돌아와 인종이 비슷한 인접국 일본에서 호발하는 베체트병이 한국에서 발생이 적은데 의문을 갖고 베체트병에 천착하기 시작해, 1985년 런던의 4차 학술대회때 우리연구팀을 이끌고 세계학회에 첫 데뷰를 시켰으며, 이후 매 학회때마다 5∼6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세브란스병원 베체트병특수클리닉은 1995년과 1998년 두차례에 걸쳐 1920년대 부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베체트병 참고문헌을 모아 Reference Index(95년 3238편, 98년 4591편)을 제작, 베체트병을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에 배포, 이 질환의 학문적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베체트병 문헌은 메드라인이나 메디쿠스 인덱스에 들어있지 않아 참고자료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던 연구자들로선 이 책자의 발간은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이 한국에서의 개최를 강력히 희망하도록 했던 것.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방동식교수는 “국내에서도 최근 베체트병 환자수가 점차 증가추세에 있어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류마티스내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구강내과, 유전학과 등 관련분야의 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과거와 달리 질명을 정확히 진단해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의 기조강연으로는 `베체트병 연구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수 있는 영국의 레너박사가 초청돼 `베체트병의 면역병원론'를 강연한다. 또 안과의사로서 역학적 차원의 많은 연구를 통해 질환분포의 지역적 특성을 알아내고 베체트병에 `실크로드 질환'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한 일본의 오노교수가 `베체트병의 분자유전학' 강의를 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한국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활동, 자가면역질환의 대가로 불리며 올 호암상 수상자이기도 한 윤지원교수가 `Molecular pathogenic mechanism of a cell-specific autoimmune disease and development of method for the prevention of the disease'을 강연한다.

1999년10월 발족한 대한베체트병연구회가 최근 3년간의 국내 베체트병 유병률을 조사,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성낙 대회장은 “일반적인 의료정보의 홍수속에서 정작 정보가 필요한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며, “베체트병을 떠나 이번 대회가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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