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 수 늘린다고, 공공의료 확충되겠나"

의협 "의사 수 늘린다고, 공공의료 확충되겠나"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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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호 정책이사, 국회서 '고군분투'..."의사 부족 근거 없어...배치 불균형 문제"
여당·정부·병협·노조 "의사 수 부족 팩트"...의대 정원 증원·공공의대 신설 '확고'

22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동주최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의협신문
22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동주최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의협신문

여당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국립공공의과대학(이하 공공의대) 설립 계획 확정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만이 반대를 외치면 외로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입증됐다는 정부, 여당, 병원계, 보건의료노조 등의 주장에 의사의 지역별, 전공과별, 의료기관 종별 불균형에 따른 '착시현상'일뿐이며,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근거가 불문명하다며 맞섰다.

22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동주최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의협신문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의협신문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자로 토론회에 유일하게 참석한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먼저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의사 수 부족을 기정사실화하고, 조속한 의사 증원을 촉구한 것에 대해 "병원협회는 의사단체가 아니고 병원 경영자 단체일뿐"이라며 "병원 경영상 의사를 뽑지 않으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기준으로 의료인력 부족을 일반화할 수 없다"며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의료취약지 문제가 해소되거나 공공의료가 확충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의사 수급은 고유한 의료체계 틀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 정치적 목적에서 비합리적으로 추진해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이진석 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2013년 발언을 인용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핑계삼아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식', '번개불에 콩 볶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구 코로나19 지역전파 사태에 자원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행정능력이 부족해 그렇게 보인 것"이라며 "나도 자원했지만 연락조차 없더라. 나중에는 전문의가 검체를 채취하는 일에 배정됐다. 의사는 부족하지 않았고, 간호사 부족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의사 수, 지역별·전문과별·의료기관별 불균형 심각"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여당과 정부의 인식이 틀렸다는 주장도 강하게 했다. 의료인력 문제는 지역별, 전문과별, 의료기관별 불균형 문제가 원인이며, 적정 수가 인상과 의료취약지 가산 수가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

"저수가로 인한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 감소는 당연하다. 연간 의대 졸업자가 2500명에서 3000명으로 느는 동안 외과 지원자는 260명에서 13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의사 수가 늘어도 고질적 저수가, 의료분쟁 부담, 과도한 처벌 등으로 외과 지원자는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종별 불균형에 대해서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주 80시간이 명문화하자 병원협회가 갑자기 의사 증원에 찬성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전문의가 부족하면 충분한 대우를 해주면서 뽑으면 되는데, 전공의 대체 인력을 뽑지 않는 것이 문제다. 병원계도 적정 수가를 당당히 요구해 적정 의료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고 했다.

지역 불규형 문제는 다른 직군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별한 것처럼 이야기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공공의대 신설에 관해서는 "의학전문대학원 실패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의대생들을 보따리 싸서 유랑시키며 교육할 것이냐, 본교 학생도 아닌데 누가 챙겨주겠나, 재정낭비일 뿐"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교육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공공의대 졸업자 10년 복무 의무화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위헌소송 제기 가능성 100%다. 승소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리되면, 공공의대는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여당, '의사 증원' 의지 확고..."필요한 곳에 의사 없다"
이런 의료계의 반대에도 여당은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의지를 꺾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조만간 당정협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 판단은 의료인력난은 코로나로 극명화됐지만, 이전에도 '번 아웃'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수가 인상에 대한 고민을 전제로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력 문제는 환자 안전, 의료서비스 질과 직접 연관된 문제다. 의료기관 경영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분야"라고도 했다.

조 전문위원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중점법안으로 공공의대 신설 제정법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려고 한다는 논리로 반대해 좌초됐다. 기존 의대를 활용해 의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여당으로서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기존 의대의 정원 증원을 결정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아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 차가 있다. 여당은 기왕에 의사 증원 여건이 마련되고 분위기가 조성된 이상 빨리 통 크게 접근하자는 의견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의무복무 위헌 논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는 유사한 복무 의무를 부과한 사례인 군법무관 관련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조 위원은 "지난 2006년 헌재는 "10년간 의무복무를 하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7조 단서는 군법무관의 장기복무를 유도하고 군사법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2006헌마767)"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의사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을 해도 공공의료인력이 배출되려면 20년 가까이 걸린다. 그 사이에도 의사부족현상은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별개의 단기적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전문의와 일반의 비율 조정, 의과와 한의과 교육과정 통합, 이후 의료일원화 기재로 활용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공공의대 신설 적극 추진...의대 정원 증원 규모 '신중'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먼저 "의사 수 부족은 팩트다"라고 규정했다.

"의사 수 부족, 배치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함께 가야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미뤄지긴 했지만, 올해 중으로 의료전달체계 중장기 개편방안을 수립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족한 의사인력 보완 접근 시 신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는 키우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영역보다 더 보수적으로 꼼꼼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해서 열심히 추진하겠다.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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