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배분 지역 우선, 서울 제외 가능성...가산제 등 진료환경개선 병행
노홍인 실장 "의-정 마주보는 열차돼서야...의협에 대화 공식 제안할 것"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당장 400명의 추가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각 지역의 필수 의료인력 수요를 고려했을 때 서울소재 의대는 정원 증원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역의사제도 도입과 더불어 ▲지역 가산수가 도입 ▲취약지 근무수당 지급 등 지역의료를 안정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3일 전문기자협의회의 간담회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시대적 흐름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당정은 향후 10년간 의대정원 4000명을 증원하는 의료인력 확대방안을 확정했다. 지역내 공공의료와 중증·필수의료를 수행할 '지역의사'를 3000명, 의사과학자를 500명, 특수분야의사를 500명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의대정원 증원 계획에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당정협의에 앞서 국회 앞에서 '우중집회'를 열기도 했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정부는 의대증원 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400명씩 늘어나는 정원을 각 지역의 필수 의료인력 수요를 고려해 배분하고, 일정 기간마다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실시해 정원을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별로 일종의 쿼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제도의 취지와 현 의료인력 수급 상황을 비춰볼 때 서울과 주요 광역시는 추가 증원이 사실상 불가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10년 복무의무를 지게되는 지역의사는 병원이 아닌 대학 소재지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현재 의대가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장학금 분담(지자체 50%-국비 50%)를 조건으로 지역의사를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노 실장은 "기본적으로는 모든 지역에 열려있지만, 지역별 필수인력 수요 등을 볼 때 서울소재 대학에까지 지역의사 정원 배분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수분야나 의과학자는 교육여건에 따라 서울에도 배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은 지역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작업이라고도 강조했다. 정원을 늘려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것과 별도로, 지역가산 수가 도입과 취약지 근무수당 지급 등 지역의료를 정상화하는 방안들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역별로 적용되는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를 차등해 지방 의료기관 인력확보를 지원하는 한편, 지역 의료인력 수급상황과 주민의료서비스 수요 등 지역의료 현황을 고려해 수가를 가산(지역 가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응급의료·중증외상 등 특수 전문분야 의사 수당 및 인건비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 지역거점병원과 취약지 병원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노 실장은 "단순히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의사들이 걱정없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를 배출해도 모조리 날아간다. 수가와 근무 인프라 등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필요한 조치들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다.
노 실장은 "의사인력 확대는 지난 총선 공약으로도 채택돼 이미 국민이 알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반대하기 어렵다"며 "의사 증원은 기정 사실화된 것으로,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마주보는 열차처럼 충돌할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밝힌 노 실장은 "의협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안할 예정이다. 소통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이해하고, 조정할 부분은 조정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등 이른바 '4대 악(惡)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23일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잘못된 의사 증원 정책을 강력하게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8월 14일이나 18일 양일 중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