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남원시, 의대 증원·공공의대 설립 '설문·국민청원'에 여론조작 정황
의협 "의대 유치에 혈안 된 지자체에 할 말 잃을 지경…설문 중단하라!"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권위) 설문조사 및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지자체가 직접 여론 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법적 대응 등 강경 대응도 함께 예고했다.
특히 해당 지자체가 의대 유치를 숙원사업으로 여긴다고 알려진 전라북도 남원시와 전라남도 목포시로 밝혀지면서 정책추진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관련 국권위 설문조사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일부 지자체의 여론 조작 행태 역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온라인을 통해 퍼진 전라북도 남원시 공문에 따르면, 남원시 측은 최근 국권위 설문조사에 참여를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소속 공무원들에게 발송했다.
공문에서 '전 직원 필히 설문 참여'를 지시, '결과 회신'까지 지시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남원시 관계자는 행정통신망인 '새올'에 '시장님의 당부사항' 이라며 가족과 친지들까지 설문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역시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전라남도 목포시 공문에 따르면, 목포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목포대 의과대 유치와 관련된 청원에 소속 공무원들이 참여할 것을 협조 요청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하여 중복 동의가 가능하니 각각 계정별 동의할 것" 등의 구체적인 지침을 포함, 1인당 수차례씩 동의하도록 독려한 내용이 포함됐다.
목포시는 여기에 청원 '청와대 국민 참여 게시글 동의 방법'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 새올에 공지사항을 올렸다.
의협은 "의대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가 단체장의 권한과 위력을 내세워 소속 공무원들에게 여론조작을 종용하는 한심한 풍경 앞에 그야말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며 "이게 나라인가"라고 한탄했다.
해당 설문조사·청와대 국민청원 주제가 현재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인 점에서 의료계의 분노는 더욱 거세다.
의료계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한 4대악 의료정책에 반발, 전국의사총파업을 감행하는 등 강경 투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과 관련 과학·의료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지적도 나온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의사 인력의 수급과 관련한 보건의료정책으로서 여론이 아닌, 과학적 연구와 추계 그리고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많은 의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유 역시, 정부가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의료계에 대한 의견수렴을 무시한 채 이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과연 이러한 설문조사가 권익위의 존재 목적과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설문조사의 결과를 정책추진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설문조사의 내용 역시 편파적이라고도 짚었다.
권익위가 진행 중인 설문 배경 설명에 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정원 확대로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며 파업을 했다'는 내용과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을 비교한 표에 의료계가 '중증 필수의료 인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 듯 표현됐다.
의협은 이에 "의료계의 단체행동의 이유를 피상적으로 단정했고, 의료계의 주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설문 문항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의료계의 단체행동에 대한 판단을 묻는 문항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파업은 철회되어야 한다'와 '의료인의 생존권 문제이므로 파업은 불가피하다'는 두 가지의 선택 항을 제시하고 있다.
응답자의 직업을 묻는 문항에서는 5가지 보기 가운데 4개를 의사의 세부 직역(의대생, 전공의, 개업의, 대학병원 관계자)으로 제시, 나머지 1개를 일반 국민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의협은 "의료계 파업의 이유를 '생존권' 때문으로 단정, 설문 결과를 유도하려는 듯한 의도를 명백하게 드러냈다"면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직업을 의료인으로 가정, 세부적인 선택 항을 제시한 것은 결국 의료인의 설문 참여를 염두에 두고 의료계와 국민의 의견이 갈리는 듯한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편파적 설문조사와 지자체의 국민청원 및 설문조사 여론 조작 시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의협은 "대한의사협회는 관권을 총동원해 여론을 유도, 조작하고 정책 추진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 여론을 왜곡, 잠재우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부적절한 권익위의 설문조사는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일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강력하게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