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코로나19 '트윈 데믹' 우려, 증상 구분 '불가능'…구체적 지침 나와야
확진자 마스크 내리는 순간 '2주 격리' 개원가는 "떨고 있다"
"독감 검사요? 개인 병·의원에서는 못 한다고 봐야죠"
올해 개원가에서 독감 검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발열·기침 등 증상이 유사한 독감과 코로나19 트윈 데믹 상황이 우려되면서, 증상만으로는 두 질병을 구분할 방도가 없다는 이유다.
이에, 독감 검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독감 검사는 코로나19 검사와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때, 마스크는 당연히 오픈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병·의원에서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해당 병·의원 의료진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개원의들은 이에,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자가격리'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마스크를 내려 독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의원은 없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A이비인후과 개원의(서울·이촌동)는 "독감 검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해소 전까진 아예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A개원의는 "현재 우리 병원은 호흡기 증세 있는 분들의 경우, 양해를 구하고 증세를 완화하는 약을 처방한 뒤, 호전이 없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증상으로는 전혀 구분이 안 간다. 독감 외에 편도선염도 흔하고, 최근 장염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각별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항상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진료하고 있다. 사실 운이 좋아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증상이 있는 환자분들께도 늘 걸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정용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 역시 "환자가 마스크를 내리고, 진료했는지는 역학조사관들이 판단할 때 자가격리 여부를 정하는 키포인트 중 하나"라면서 "이에, 내과 선생님들은 환자의 마스크를 거의 내리지 않고, 방역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열·호흡기 질환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진료나 검사 거부와 관련한 트러블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독감 검사는 못 한다고 보는 게 맞다.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개인병원에서 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내원한 환자가 코로나19일 수 있다는 두려움, 부담감을 가지고 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원가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속에서 항상 두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최근 독감 유행을 앞두고, 독감 검사를 거부했을 때, 환자들과 트러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의료계 유명 커뮤니티에서도 역시 "독감 검사, 또는 발열 등의 치료를 고집하는 환자와의 다툼이 우려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원의들은 고충을 나누는 한편, 나름대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검사를 너무 원하는 환자가 오면 검사 없이, 보험적용이 안 되더라도 타미플루를 먼저 처방해주고, 호전이 없으면 코로나 검사로 유도하려고 한다"는 의견이 주목을 받았다.
독감 검사와 관련한 문의 글도 눈에 띄었다.
"너무 검사를 원하는 환자가 오면, 환기가 잘 되는 방에서 환자 스스로 검체를 체취하고, 나오도록 하면 문제가 없을까?"라고 묻는 개원의가 있는가 하면 "선별진료소가 있는 중소병원 봉직의인데, 독감 검사는 병원 내에서 코로나 검사는 외부업체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독감 검사를 이전처럼 지속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는 문의 글도 올라왔다.
이처럼 혼란과 우려 목소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독감 검사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정부 차원의 지침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원가 독감 검사와 관련한 구체적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
B개원의는 "방호복이 없는 개원가에서 검체채취를 진행했을 때, 자가격리조치 되는 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져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를 설득할 때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