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서울대병원장·김영훈 고대의료원장 등 8일 '대국민 사과' 발표
이윤성 국시원장 "정상화 위해서는 늦어도 20일부터 재접수 시작돼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사국시 정상화를 요청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의사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의대생들의 국시응시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가 빠졌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정부여당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과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학교의료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대생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 사과했다.
이 중 서울대병원장과 인하대의료원장은 각각 국립대병원과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수장을 맡고 있다. 주요 병원장이 직접 나서서 의대생의 국시 미응시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히고, 그럼에도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이 엄중한 시점에 당장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조차 싫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한 이들은 "질책은 선배들에 해달라. 6년 이상 학업에 전념을 하고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 병원장은 회견 직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권익위 찾은 국시원장 "내주 데드라인...20일에는 접수 개시돼야"
정부여당이 의대생 국시 정상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까닭에, 의료계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상황 중재에 무게추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서울특별시 25개구 의사회 회장단이 지난 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문제해결을 위한 집단 민원 조정 신청서'를 접수한데 이어, 7일에는 이윤성 국시원장이 직접 권익위를 방문해 의견을 전했다.
이 원장은 "일정상 늦어도 다음주에는 국시시험 시행여부가 확정돼야 한다"며 "10월 20일경에는 원서접수가 시작되어야 올해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의사국시가 치러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 본과 4학년들이 후배들인 3학년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의료인력 수급체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단지 한해의 의료공백이 아닌 순차적으로 수년간에 걸친 의료시스템의 연쇄적 붕괴가 예상된다"고 우려한 이 원장은 "국민권익위가 지혜를 발휘해 국시문제를 해결해 주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은 "의대생 국시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권익위에 의대생 국시문제 고충민원이 접수된 만큼 사회적 갈등 해결의 중추기관으로서 국민들과 각계의 목소리를 잘 살펴 의대생 국시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의사국시 실기시험 응시율은 14%에 그치고 있다. 총 응시대상 3172명 가운데 기한 내 응시의사를 밝힌 인원은 446명으로, 무려 2726명의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를 기회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