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압기 사용 4시간 넘지 않으면 보험급여 중단

양압기 사용 4시간 넘지 않으면 보험급여 중단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0.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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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양압기 급여기준 강화…순응평가 환자도 사용 시간 모자라면 급여 중지
대한신경과학회 "수면무호흡증 환자 양압기 급여 중지하면 심각한 질환 유발"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양압기 급여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의료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채 자의적 판단으로 급여기준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양압기 급여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의료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채 자의적 판단으로 급여기준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약을 매일 먹지 않는다고 급여를 중지하나?"

정부가 양압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강화하자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한 채 자의적으로 급여기준을 강화하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양압기 급여 기준을 변경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무분별한 양압기 처방을 막겠다며 수면무호흡증의 중등도를 조정, 시간당 무호흡저호흡지수(AHI) 값을 5에서 10으로 상향하고, 순응기간 중 본인부담률을 20%에서 50%로 올렸다.

사용자의 양압기 사용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평가인 순응평가 기준을 신설, 최초 처방일로부터 90일(3개월-순응기간) 동안 연이은 30일 사용이 1일 4시간(12세 이하 3시간)이 21%(70%) 이상이어야만 급여하기로 했다. 하루 4시간에서 단 1분이라도 모자라면 급여를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건정심이 양압기 급여기준을 강화한 데 대해 대한신경과학회는 "세계 어느 나라도 약을 매일 먹지 않는다고 급여를 중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과도한 순응 기준을 신설하면서 수면무호흡증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당뇨병·뇌졸중·심장병·치매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 양압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양압기 치료는 수면 때 매일 착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매일 마스크를 중성세제로 세척하고 급수해야 한다. 튜브·물통 등도 1주일에 한 번씩 중성세제에 담가 깨끗이 세척해야 하는 등 관리가 까다롭다.

이처럼 치료를 위한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의사가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환자의 양압기 사용을 평가하고, 더 자주, 잘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과학회 관계자는 "양압기를 조금 적게 사용했다고 갑자기 급여를 중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일본·유럽 등 어느 나라도 사용률이 저조하다고 해서 급여를 중지한 나라는 없다"며 "약을 잘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양압기 치료에 대한 급여를 중지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중 규제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양압기는 처음 90일 동안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순응평가를 통과해야 급여가 지속된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순응평가를 통과한 환자도 '하루 4시간 사용'이라는 급여평가를 더 받아야 한다.

신경과학회는 "순응평가를 통과한 환자에게 급여평가를 다시 하는 것은 어느 치료에도 없는 규정"이라며 "MRI 등은 임상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까지 급여 확대로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면서 실제로 꼭 필요한 수면무호흡증의 양압기 치료를 조금 적게 사용했다고 급여를 중지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통박했다.

더 큰 문제는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급여기준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대한수면학회·대한수면의학회·대한신경과학회·대한정신건강의학회·대한호흡기내과학회·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관련 전문학회가 동의하지 않은 내용을 전문가의 의견도 듣지 않고 건정심에 올려 졸속으로 결정한 것은 국민 건강 차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진단이다.

신경과학회는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 문제는 급여 대상을 임상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까지 과도하게 확대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저해하는 급여 규정의 변경은 해서는 안 된다"고 재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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