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의과대학이 너무 많다(중)

한국에는 의과대학이 너무 많다(중)

  • 이무상 연세대 명예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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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사인력의 20%를 키우는 한의과대학
한국, 비싼 비용 혹은 부실한 교육 통해 의사양성
국가경제 측면서 의대·한의대 수 반드시 감축해야

 

이무상 연세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이무상 연세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이무상 연세의대 명예교수는 1970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1979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77년 전문의 자격을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장과 연세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주임교수를 지냈으며,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장을 맡기도 했다.
의협 학술이사·(재)한국의학원 이사·대한의학회 수련이사·부회장·감사를 거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2007∼2010년) 등을 맡아 의학교육과 의대 인정평가의 틀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외길을 걸어온 이무상 명예교수가 의과대학 신증설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3회에 걸쳐 이무상 명예교수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의과대학 폐교와 M&A
한국도 처음 2018년에 1개 의과대학(서남의대)을 폐교시켰다. 20년이 걸렸다. 그간 서남의대 학생과 학부모는 철저히 수탈(exploitation) 당한 피해자이다. 최종 입학생들은 2023년에 졸업한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출신지역(고향)과 근무지역의 일치율은 39%(2016)이고, 졸업생들도 학교 소재지 지역에 근무하지 않는다. 그래서 2001년부터 20년간 매년 배출된 서남의대 졸업생들도 전국에 특히 서울에 많이 퍼졌다. 정상교육을 못 받은 의사로 입은 국민의 손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고 그 후유증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2020년 현재 195개 의과대학(졸업생 배출 기준 : MD 158개교+DO 37개교)을 운영 중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미국도 부실 의과대학으로 인한 이러한 지속적인 후유증을 사전에 막기 위해 건국 후에 2019년까지 363개의 의과대학이 폐교시켰다. (표3)은 2020년 현재 미국의 'List of Disfunct Medical Schools in The United States'를 정리한 것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다민족 이민으로 건국한 미국은 다양한 민족의학을 도입한 후진국이었기에 이상하고 불량한 의대가 많았다. 20세기 초에 Carnegie Trust의 지원으로 작성한 'Flexner Report(1910)'로 많은 의대들이 폐교됐지만, 이런 폐교 작업은 21세기인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근래에도 1990년 Oral Robert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MD:Tulsa, OK:재정난), 1995년 Medical College of Pennsylvania(MD:Philadelphia, PA:Hahnemann에 M&A), 2009년 Touro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MD:Hackensack, NJ:인정평가 미수)이 폐교됐다. 

물론 폐교에는 MD학교는 LCME(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DO학교는 COCA(Commission on Osteopathic College Accreditation)의 'Accreditation(의학교육-인정평가)'이 항상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이들 폐교 의대들 중에서도 비교적 양질에 속하는 의대들은 주변의 다른 의대에 인수합병(M&A) 되고 있다. 의학 후진국인 미국은 20세기 초부터 많은 의대의 폐교 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미국의 의학을 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다. 

행정구역과 의과대학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는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소외지역'이라며 의대 신설을 주장한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 동일 행정구역이며, 도청소재지인 대구와 광주에는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많다. 행정구역마다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정치적 주장이다. 

실제로 폐교된 서남의대 소재지인 남원 주변에는 현재 대형 의대 2개교와 한의대 1개교 총 3개교와 3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남원은 행정구역은 전북이나 생활권은 광주광역시다. 그래서 서남의대 재단(서남학원재단)의 병원들[서남대병원(구 적십자병원, 120병상), 남광병원(550병상), 서인병원과 서진병원:건축 중단)]은 모두 광주에 있었다. 

또한 정치인들은 지역경제를 위해 의대가 필요하며, 주민의 '교수 진료' 선호로 의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은 사립의대가 전체의 78.8%로 세계 최고이다(의대:국립 25%, 사립 75%/한의대:국립 8.3%, 사립 91.7%). 1980년대에 대학평가 전까지는 의대를 소유한 사립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매스컴 및 사회의 대학평가에서 항상 유리했다. 그래서 교수-학생 비율이 세계 1위인 대학이 한국에 있다는 국제적인 언론 보도까지도 나왔다. 

임상교수는 대학재정에 부담이 없고, 대학평가에 큰 도움이 되기에 의대 확보경쟁을 유발했다. 

대학병원은 홍보차원에서 '교수 진료'라는 용어를 이용했다. 그래서 '교수 진료' 선호 심리는 대학병원의 생존수단으로 의료소비자들에게 심은 허영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교수 진료'가 곧 좋고, 우수한 진료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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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4)는 6개 지역의 의대·한의대 수와 인가정원 분포다. 수도권이 대학 수와 인가정원이 인구대비로 가장 적다. 도서가 많은 호남권, 산악지대 강원권이 인구대비 인가정원이 많다. 특히 호남권은 서남의대 폐교 후에도 인구대비 인가정원이 아직도 가장 많다. 그래서 남원지역에는 서남의대를 대체할 대학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표5)로 한국과 미국에서 인구가 적은 행정구역을 비교해 보았다. Alaska(1959), Delaware(1787), Montana(1889), Wyoming(1890) 주들은 미합중국의 일원이 된 후 어떤 의과대학이건 아예 없다. 인구가 180만명에 달하는 Idaho(1890) 주에는 DO 1개교가 2018년에 생겼지만, MD학교는 없다. 미국 북서부 산악 3개주인  Wyoming, Montana, Idaho와 북극권의 Alaska주 등 4개주는 인접 주인 Washington 주에 자기 주에서 필요한 MD양성을 위탁(WAMI Program),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며 상호실익을 취한다.

Delaware주는 제주도의 3,5배 넓이에 인구도 30만명이 더 많은데 의대가 없다. Idaho주는 강원도보다 13배 넓고 인구는 20만명이 더 많은데 MD학교는 없으며, 신생 DO학교 1개(2018년 개교)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강원도는 30만명에 1개, 충청북도는 50만명에 1개, 제주도는 70만명에 1개씩의 의대 또는 한의대가 있다. 

즉 미국 북서부 4개주와 동부 1개 주를 합한 지역의 면적은 우리나라 3개도의 10배이고, 인구는 2.24배인데 의대가 이제 1개지만 한국에는 9개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들 지역이 한국처럼 한다면 20개 이상의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얼마나 비경제적으로 의사 양성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현재 아주 비싼 비용으로 의사를 양성하거나, 아니면 부실한 의사양성교육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국가경제 측면에서 의대·한의대 수는 반드시 감축해야 한다. 의과대학 경영이 규모의 경제로 나가야 질 좋은 의사가 양성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의학교육학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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