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 진단기술 발전 생태계 제공
"국가 차원 의료 빅데이터 산업화 마중물 될 것"
빠른 연착륙 위해 가산 수가 등 정책적 지원 필요
"디지털 병리는 결국 국가적 의료 빅데이터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병리학계가 디지털 병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병리학에 I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병리 분야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미래 의학의 보고로서 인공지능(AI) 기반 진단기술의 생태계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막대한 구축 비용이 걸림돌이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디지털 병리 도입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병리학계는 영상의학의 디지털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영상의학은 디지털화 과정에서 PACS 도입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급여화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현재 병리과 검사시스템은 조직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파라핀 블록을 만든 후 유리 슬라이드 위헤 얹어서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하고 판독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로 인해 진단 업무의 효율성·생산성을 높이기 어렵고 병리적 판독 과정에서도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해마다 병리검사는 3% 정도 증가하는 반면 현재 전국의 병리과 전공의는 1년차 15명, 2년차 21명, 3년차 22명, 4년차 31명에 그치고 있다. 병리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눈앞에 다가온 필수 과제가 됐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병리진단 업무의 효율화 ▲디지털 병리 기반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AI 소프트웨어 개발 토대 형성 ▲병리 AI 소프트웨어 개발로 암환자 정밀진단 기여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안전과 미래 의료기술 선진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진단 오류를 최소화하고 정밀진단의 단초를 제공하며 인력·자원 이용 효율화, 바이오마커 정량평가, AI기반 바이오마커 진단, 병리 결과 데이터화를 통한 미래 의료기술 생태계 마련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디지털 병리 전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해상도 슬라이드 스캐너, IT 인프라(고속 네트워크·Image DB), Image Management System(IMS Viewer·병리 PACS) 등이 필수적이다. 비싼 디지털병리시스템 구축 비용을 보전할 효율적 도입방식도 관건이다.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병리과)은 "병리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아산병원만 해도 2년간 1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정도 비용은 현재 수가체계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디지털 병리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병리학회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국민보건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 전체 예산의 0.1% 정도면 국가적인 의료 빅데이터 산업화에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병리학회는 디지털 병리의 연착륙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병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과제로 선정된 '디지털 병리의 개념, 운영 지침, 급여 및 수가정책 제안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개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디지털 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대한병리학회 학술지 온라인판에 공개했으며, 11월 15일 학술지를 통한 출판도 예정돼 있다.
이번 권고안에는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개발의 배경 목적, 적용범위, 기본용어 설명, 디지털병리시스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려사항, 디지털 병리 시스템의 성능평가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원격병리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경분 병리학회 정보이사(서울대병원 병리과)는 "미래 의학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진단 알고리즘이 발전하려면 생태계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 생태계가 바로 디지털 병리"라며 "우리는 지금 시작단계지만 늦지 않았다. 환자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병리 전환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세진 이사장도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 하기 어렵다.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 가산료 방식 지원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병리 전환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