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의과대학이 너무 많다(하·끝)

한국에는 의과대학이 너무 많다(하·끝)

  • 이무상 연세대 명예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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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사인력의 20%를 키우는 한의과대학
의대 정원 늘려 특정과·지역의사 부족 해결한 나라 없어
'의학·한의학 합병' 통해 의사 수 증원·한의학 발전 가능

이무상 연세의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이무상 연세의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이무상 연세의대 명예교수는 1970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1979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77년 전문의 자격을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장과 연세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주임교수를 지냈으며,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장을 맡기도 했다.
의협 학술이사·(재)한국의학원 이사·대한의학회 수련이사·부회장·감사를 거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2007∼2010년) 등을 맡아 의학교육과 의대 인정평가의 틀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외길을 걸어온 이무상 명예교수가 의과대학 신증설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3회에 걸쳐 이무상 명예교수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새내기 의사 수, 국제 비교
새내기 의사를 우리와 같은 '국가-의사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과 비교한다. 

미국에 2가지 의사면허시험(USMLE:MD용, COMLEX:DO용)이 있는 것은 우리와 같지만, '국가 의사면허'가 아니라 '주 의사면허'라서 한사람이 복수의 주 면허를 갖는 경우가 많다. 다민족 이민 국가인 미국에는 최소 4종[MD, DO, DC(Chiropractic), DPM(foot Dr.)] 이상의 의사가 있다. 그래도 국제적 통용의 의사는 2종류(MD, DO)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주치의는 DO이다.

그런데 이 2종도 우리는 국시원 한 곳에서 관리하지만, 미국은 각각 따로 관리하고, 2019년 현재 전체의사의 8.6%가 DO이지만, 현재 전체 의사의 23.6(2018)는 IMGs(외국 의대 졸업생) 의사의 감축을 위해서 최근에는 전체 졸업생의 1/3이 DO로서 증가 추세가 빠르다. 면허는 미국 본토의 50개의 '주' 정부와 본토와 먼 영토(territory) 정부도 발행한다. MD는 56개, DO는 64개 기관이 면허를 발급하므로 한 명이 여러 '주-면허'를 가질 수 있다. FSMB(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는 주-정부와 MD는 ABMS(Am. Board of Med. Specialty)와 NBME(MD면허시험 관리기구), DO는 AOA(Am. Osteopathic Asso.)와 COMLEX (DO 면허시험기구)가 자신들의 통계를 FSMB에 통보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2016년 기준으로 FSMB 통계에서 Licensed Physician은 95만3,695명, 각 주정부가 보고한 활동 의사(Active) 수의 합이 1,29만3,807명이다. 

일본은 최근 10년 동안 의사를 증원했지만 2024년부터는 다시 감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최근 10년 동안 배출한 모든 새내기 의사(한국은 한의사 포함, 최근 10년간 새내기 한의사는 전체의 20.1%)를 면허시험 합격자 수로 보면 (표6)과 같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미국의 의사 수를 분석하지 못했지만, 미국 의대 졸업생을 기준으로한 필자의 계산은 한국은 미국보다 약 445명(연간)의 새내기 의사를 더 배출한다. 여기에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외국의대 졸업생(IMGs)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구밀도가 일본의 1.53배(한국 515명/㎢, 일본 337명/㎢; 미국 31명/㎢)인 한국이 전체의사 생산이 많았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일본보다 연간 456명을 더 생산했다. 

OECD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미국·일본의 의사밀도(한국은 한의사 포함)는 1994년 1.1:2.1:1.8에서 25년만인 2019년 2.4:2.6:2.5로 미국과 일본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WHO는 이미 30여 년 전에 이를 예측하고 한국에는 전체 의대와 전체 입학정원이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대의학 개념과 현대적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한의사 수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의사 수 생산이 일본보다 연간 330명 적다고 계산된다. 

대학 측의 자제와 협조 필요
대학간 인수합병과 입학정원 감축을 의사인력 감축 노력에는 각 의과대학·한의과대학의 정확한 정원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모든 대학에서 의학과·한의학과는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이기에 대학경영에서 무리한 정원관리를 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무리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표7)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다시는 과거와 같이 각 대학들의 무분별한 정원관리가 있어서는 안된다. 인가-입학정원의 일정 범위 내에서 의사·한의사 면허시험 응시자 수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필자의 경험 때문이다. 

의약분업으로 의사파업이 본격화할 당시인 2000년 5월 대한의사협회 학술국(당시에는 의협 정책연구소가 없었다)은 각 의과대학의 본과 4개 학년의 재적 학생 수를 자세히 조사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예고한 '의료발전특별위원회'를 대비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어느 나라이건 의과대학에서는 많은 유급생이 있고 누적되기 마련이지만, 당시에 매년 배출되는 새내기 의사 수와 새내기 의사가 입학한 6년 전의 전국 각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의 총계가 20%에서 많게는 30% 가량 차이가 났다. 필자는 이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조사를 의뢰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표7)에서 보듯이 1995년에 입학한 본과 4학년의 재적 학생 수는 인가정원보다 불과 3.1% 초과하였으나, 1996년에 입학한 본과 3학년은 6.7%를 초과했으며, 1997년에 입학한 본과 2학년은 18.7%의 초과 재적 학생 수를 보이고 있다. 1998년에 입학한 본과 1학년은 입학할 당시의 입학정원보다 무려 28.4%를 초과했다. 이런 상태는 수년간 해가 거듭될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표8)의 응시자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당시에 한의사에 관한 자료가 없어서 알 수는 없으나, (표6)을 보면 한의과대학들도 의과대학처럼 인가정원을 초과하여 '새내기 한의사'를 과잉 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한의학계 언론인 [민족의학신문]의 '정원외 편입학 수 한의대 정원 20%'(2010.9.10.)라는 보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원래 한의과대학 입학정원은 1993년 동신한의대(나주) 개교 이래 750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한의계는 한의사의 증원을 막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함께 했다. 그래서 2008년 50명으로 개교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80명 이상의 입학정원을 가진 5개 사립 한의대(경희, 동국, 대구, 대전, 원광)에서 입학정원 10%를 일률적으로 감축해 만들었다. 

필자는 사립 한의과대학과 한의계의 입학정원 관리에 관한 자율적인 노력과 일본의과대학과 일본의료계의 입학정원 증감에 관한 공감대 형성 노력을 존경한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의과대학이건 한의과대학이건 자제와 협조가 필요하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결론
공산사회주의가 아닌 나라에서 정부가 우려하는 특정 과목 전문의, 방역 전문가, 지역의사 부족을 공공의대 운영과 입학정원 증원으로 해결한 나라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공의는 피교육생이며 일시적인 인력이고 최종 인력이 아니다. 그래서 의료계가 저항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원인을 다른 시각을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영세 부실 대학'이 많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비경제적인 의사 양산으로 전국의사 수는 늘었지만 정부가 원하는 현대적 의료서비스의 부족이 있지 않나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수와 인구 및 입학정원을 미국과 일본의 의과대학 자료를 이용하여 비교하였다. 두 나라 모두 '영세 부실 대학'이 없으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학부모의 부담도 줄어들기에 폐교 또는 대학 간 인수합병(M&A)으로 관리하고 있다. 

의료계도 의료소비자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건강한 생존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간 음지에서 논의된 하나의 방안을 소개한다. 

현재 한의과대학 졸업생은 전국의대 졸업생의 20% 이상이다. 식민지 시절 핍박 받던 한의학은 그 한풀이로 건국 후 법적으로 의학과 동등해 졌다. 그리고 한의학은 지난 70여 년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정부는 민족의 자존심과 정서를 위로하기 위해 한의사를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2003년)하고, 더 나아가 전통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2008년)했다. 

정부는 1992년 이후 한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동결했으나, 의과대학에서는 같은 기간 440명을 증원했다. 정부도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맞지 않음을 30년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의학은 우리 국민의 오랜 정서와 G2 중국에 너무 기대고 있다. 이제 2,000년전 황제내경과 400년전 동의보감에 기초한 한의학의 과학화와 자율 발전은 어렵다고 보이며, 한의학의 숨은 폐해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상존한다. 

한국은 OECD 50-30 그룹 7개국 중 유일하게 식민지 경험이 있지만, 당당한 현대국가로서 이런 낭비적 한풀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영세·부실 한의대의 과감한 폐쇄와 '의대·한의대' 간의 인수합병(M&A)으로 전국의대 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 이것이 한의학의 과학화 촉진과 의료일원화의 단초와 동기가 될 수 있다.

의학과와 한의학과를 함께 가진 국립대와 4개 사학재단의 4개 대학부터 우선하여 학과개편의 일환으로 '의학과·한의학과 합병'을 제안한다. 5개 대학에서의 학과개편으로 정부는 원하는 현대의사의 증원을 이룰 수 있고, 의료계는 전국의대의 입학정원 감축을 이루면서 동시에 현대의사의 증원으로 국가와 사회의 지지를 얻으면서 현재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한의계는 점차 현대의학으로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한의학의 발전 속도를 올리는 가능성이 커지며, 의학·한의학 교육계는 영세대학 수를 줄여서 교육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그 다음에 남는 7개 지역 사립 한의대는 사립 서남의대 폐교 경험을 살려 지역의 사립 영세대학 또는 지역 생활권 내 사립대학과 인수합병(M&A)이 있기를 바란다. 사립대학 재단 간의 인수합병(M&A)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한 인구감소와 곧 닥칠 학생 수 부족으로 많은 대학의 자연사는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사전 인수합병(M&A)은 현존하는 사립대학 재단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20세기 초의 미국 정부처럼 우리나라 정부의 솔선수범과 유인정책의 개발, 그리고 사회의 격려가 있어야 한다. 마침 부실교육이 많은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한다는 보도가 그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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