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프로라이프 21일 세미나...10주 미만 제한적 낙태 제시
"정부 낙태법 개정안 태아 죽이고, 여성 건강 위협하는 법안" 비판
의·약사 '양심적·종교적 낙태 거부' 위한 의료법·약사법 개정 필요
55개 여성·시민·사회 단체가 임신 10주 미만의 제한적 낙태 허용을 제안한 의학계와 의료계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10월 21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1차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법조계와 여성·시민·사회 단체는 낙태 허용 기간을 10주 미만으로 제시한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학계와 의료계의 입장에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권우현 변호사(한국기독문화연구소)는 '임산부와 태아의 법익을 고려한 입법 대안'을 통해 "국가가 앞장서서 14주까지는 태아를 제한없이 죽이고, 24주까지는 요식행위만 거치면 죽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비판한 뒤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에방을 위해 태아의 심박동이 감지되는 5∼6주와 상담과정 2∼4주를 포함해 최대 10주 미만으로 낙태를 허용하자"고 입법대안을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모자보건법의 낙태 거부권 신설과 별개로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를 거부하는 의료인과 약사를 보호하고, 권리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도 제안했다.
연취현 변호사(보아즈사회공헌재단 자문)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법적 검토'를 통해 "낙태의 허용 요건을 규정한 형법 개정안에는 사회적·경제적 이유의 구체적 기준을 추단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고, 하위 규정에 이를 구체화할 위임근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법제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상담을 받고 숙고했다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심각한 곤경에 처할만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 형법 개정안 제270조 제3항에 대해서도 "임신한 여성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주장하고, 상담기관에서 이를 인정하면 낙태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라며 "상담에 대해 추정의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의문"이라고 밝혔다.
연 변호사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거부한 의사에게 다른 의료기관을 소개토록 규정한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도 "임신중절을 위한 기관을 소개토록 하는 것은 내 손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중절을 방조하는 것으로 전문가적 양심과 종교적 신념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6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부모님의 동의 없이도 상담사실 확인서만으로 낙태 수술이 가능토록 정하고,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한 데 대해서도 "민법상 친권의 박탈"이라고 비판했다. 연 변호사는 "법정대리인이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친권자를 갈음할만한 교사·검사·지방자치단체장 등 책임 있는 자의 동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의학적 검토'에 대해 주제발표한 홍순철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는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고위험 임신부의 조산을 피하고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저출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법무부가 뱃속의 아기 살인에 관한 입법을 예고한 현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홍 교수는 "임신중기 이후의 낙태는 골반염은 물론 평생 불임을 유발하고,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임신 24주까지 낙태가 가능케한 법안은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생명윤리적 검토'를 통해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허용은 안락사나 고려장 등 불편을 주는 노인이나 말기환자들도 같은 논리로 제거할 수 있다는 사고와 이어질 수 있고, 무책임한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수 있다"며 "고귀한 태아의 생명의 가치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출산친화적인 사회적 환경을 위한 법과 제도와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과 함께 모든 출산을 축복하고 임신한 여성과 새 생명을 지원하는 입법도 동시에 시행하자"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미혼모의 익명 출산·입양을 돕는 '비밀출산법' 제정 ▲남성의 양육책임을 강제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한 '양육비 이행책임법' ▲정부가 양육비를 지급하고, 차후 비양육 부모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 마련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고려하는 기혼자를 위한 양육비·교육비 지원 ▲다자녀 가족을 위한 특별지원제도 ▲직장 여성을 위한 어린이집 확충 ▲출산·육아 휴가 제도 보완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홍락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송혜정 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정선미 변호사(바른인권여성연합 법률위원장)도 출산과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세미나 좌장을 맡은 박상은 한국생명윤리학회 고문(안양 샘병원 미션원장)은 "코로나19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고군부투하는 이유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마무리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55개 NGO는 생명 존중이라는 기본 취지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낙태 허용기준에는 각각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가톨릭과 기독교 등 종교단체는 모든 낙태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바른인권여성연합 등 여성단체는 심장박동법을, 시민사회 및 학부모단체는 임신 10주에 무게를 실었다.
개회식에는 이봉화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상임대표·이기복 바른인권여성연합 상임대표·김승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조배숙 복음법률가회 상임대표·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등이 참여, 임신부와 태아 모두가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세미나를 통해 도출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대안을 마련,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가 10월 7일 내놓은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과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10월 12일 임산부의 인공임신중단 결정권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임신중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 ▲인공임신중단의 판단과 결정에 필요한 정보 및 상담을 제공받을 권리 ▲인공임신중단의 판단과 결정을 하는 임산부에게 특정한 선택 강요 금지 ▲의사는 임산부에게 인공임신중단의 방식, 상담 및 지원 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임산부가 인공임신중단을 결정한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단 실행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형법 개정안에는 형법 제269조·제270조의 낙태죄 규정을 모두 삭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