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예산 전액 삭감 결정...당정 추진에, 국민의힘 "법적근거 없다" 맞서
야, 남원지역 특정에 반감?...관련법 입법, 여야 합의 전제 '예비비' 사용엔 동의
여야가 공공의대(공공의정원) 설립 준비를 위한 예산에 견해차 때문에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안 심의·의결 일정을 연기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부 예산안 심의에서도 전북 남원지역에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설계비 예산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 의원들의 이의제기로 전액 삭감된 바 있는데, 올해 예산안 심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된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0일 오전 10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2021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한 예정이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소위 의결 결과를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남원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설계비 2억 3000만원 예산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전체회의 일정을 미뤘다.
여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예산소위에서 여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공공의대 설계 예산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의료취약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공공의대 설계 예산을 예산소위에 상정했고, 여당 의원들은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주축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공공의대 설립법'이나 '의료법' 개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예산 편성이 불가하다고 맞섰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사증원을 의료계가 반대해 전국의사총파업을 결행한 결과,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기로 한 점을 지적하며, 의정협의 결과와 그에 따른 관련법 개정 여부를 지켜본 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을 남원지역으로 특정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여당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예산 편성 재논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격론 끝에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전액 삭감하되, 의-정협의체 논의 결과와 관련법 개정을 전제로 필요할 시 '예비비'를 집행하는데 합의했다.
정부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야당의 의견이 수용됐지만, 의-정 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원만한 합의와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지체없이 예비비를 활용해 설계 예산을 집행하기로 한 것.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공공의대 설계 예산안 뿐만 아니라또다른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있어 보건복지부 예산안 심의·의결이 연기됐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공공의대 예산안 관련 여야와 보건복지부가 의견을 조율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예산안 심의·의결이 연기된 것으로 안다"며 여야 간 공공의대 설계 예산을 두고 이견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조만간 보건복지위 예산안 심의·의결이 진행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여야 의원들이 남원공공의대 설립 현장을 시찰하고 다시 한번 설계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공의대 예산 이외 이견이 있었던 예산 역시 여야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 간 공공의대 설계 예산 관련 협의에는 의-정협의체에서의 의사증원 관련 전체적 협의 결과가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정협의가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 허용 여부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큰 입장차로 시작조차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공공의대 설립 관련법 개정을 통한 설계 예산 편성은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