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기소되면 공보의 '신분 박탈' 법안…의협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해"

형사기소되면 공보의 '신분 박탈' 법안…의협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1 17: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칠승 의원 법안에 "공무담임권 침해 및 과잉금지 원칙 반할 개연성 높아"
11일 보건복지부에 반대 의견 제출 "의료 취약 지역 근무 여건 개선이 더 시급"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신규 의과 공보의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실습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신규 의과 공보의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실습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공중보건의사가 복무 중 형사기소가 이뤄질 경우, 신분을 박탈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형사 기소만으로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할 개연성이 높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이 10월 7일 발의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중보건의의 위상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에 기소만으로도 신분 박탈이 필요하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동 법안은 공무원의 신분을 부당하게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공중보건의사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적법절차 및 무죄 추정 건 원칙에도 반한다"는 내용의 개정 반대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공중보건의사의 고의나 과실 여부, 직무의 관련성 여부 등과 무관하게 형사기소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로 추정한 것으로,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군 대체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에게 유리한 사실의 진술이나 필요한 증거 제출의 기회 등 최소한의 방어권조차 부여하지 않고, 신분 박탈이라는 사실상 파면처분을 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동 법안은 성실 근무 및 복무 규정 준수 강화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익의 비중에 비해, 공중보건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법익의 균형성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짚었다.

특히 "섬·오지 및 교정시설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공중보건의사가 형사 기소만으로 그 신분을 박탈당한다면, 임기제 공무원과 군인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적극적 진료를 제한하고, 방어나 소극적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협은 끝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공중보건의사 인력 충원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의료취약지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윤리교육 강화와 함께 의료 취약 지역의 근무 여건 및 환경 개선 등 공중보건의사의 진료환경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역시 10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법안을 '신분 박탈 법률'로 명명하며 유감 입장을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한 공보의들에 대한 첫 법안이 '신분 박탈'이라는 데 실망감을 표했다.

대공협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성급한 입법"이라며 "전례 없는 코로나19 방역 사태와 관련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공중보건의사에게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입법 논의조차 없더니 사태 이후 첫 법안으로 신분 박탈 법안을 입법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형갑 대공협 회장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본인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방어진료, 방어적 민원대응 등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만약 법률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철저히 정리하여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